메디픽셀 송교석 대표, '시술 보조' AI로 글로벌 공략 계획
AI 심혈관 자동분석 '메디픽셀XA'…결과까지 1초면 충분
"AI는 시대의 흐름"…의료기기 수가 적용 등 정책 필요해

메디픽셀 송교석 대표는 LG전자, 안랩을 거친 정통 IT개발자다.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마련하고자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심혈관 조영 영상 자동분석 소프트웨어인 '메디픽셀XA'를 개발했다.
메디픽셀 송교석 대표는 LG전자, 안랩을 거친 정통 IT개발자다.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마련하고자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심혈관 조영 영상 자동분석 소프트웨어인 '메디픽셀XA'를 개발했다.

"제 백그라운드는 '개발'입니다. 안랩의 V3백신처럼 전국민이 다 쓰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병원이 다 쓰게 될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단 거죠."

A4 용지에 직접 혈관을 그려가며 설명에 열중하는 메디픽셀 송교석 대표의 눈빛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러다 건방진 인터뷰가 되면 어떡하냐"며 수줍어하다가도 회사의 기술력을 묻는 질문엔 "세계 최고"라고 단언한다.

"심혈관 자동분석 프로그램 '메디픽셀XA'는 최고의 성능으로 최단 시간에 심혈관 조영 영상을 분석합니다. 우리 기술이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메디픽셀XA가 심혈관 윤곽선과 병변을 잡아내는 분할(Segmentation) 과정에 드는 시간은 단 1초. 분할 범위를 손으로 일일이 지정하거나 병변마다 새로 작업을 진행할 필요도 없다. 주혈관은 물론 분지혈관에 위치한 개별 병변까지 모두 파악하고 맞춤형 스텐트까지 추천한다. 시술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시술 보조'로서 본질을 정확히 구현했다.

"기존에 시장에 나온 제품들은 의료진이 수작업으로 분할 범위를 지정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3분 내지 5분 가까이 기다려야 합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인데 어떻게 쓰겠어요. 시술할 때 쓰라고 나온 프로그램인데 시술실에 들어가지 못했죠."

메디픽셀XA는 이런 현장의 애로사항을 접한 송 대표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지난 2017년 송 대표가 서울아산병원 의료데이터 분석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게 연이 됐다.

"우리로선 운이 정말 좋았어요. 병원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많을 뿐만 아니라 AI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과정에서 '정답지'라고 할 수 있는 어노테이션 데이터(Annotation Data)까지 꼼꼼하게 잘 돼있었죠. 이렇게 잘 정제된 심혈관 중재술 영상 데이터만 7,000장 이상 확보해 AI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메디픽셀XA의 실제 실행 화면. 심혈관 윤곽선과 병변부위 분석은 물론 추천 스텐트 종류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 가능하다(사진 제공: 메디픽셀).
메디픽셀XA의 실제 실행 화면. 심혈관 윤곽선과 병변부위 분석은 물론 추천 스텐트 종류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 가능하다(사진 제공: 메디픽셀).

이렇게 AI로 자동 인식한 병변 부위는 픽셀(pixel), 즉 화소 단위까지 하나하나 계산돼 정량화된 수치로 나타난다. 사명인 '메디픽셀'도 여기서 따왔다.

메디픽셀은 가이드와이어가 자동으로 병변까지 찾아가는 심혈관 내 네비게이션 자동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로봇 수술 시장에 AI가 광범위하게 도입될 거라 예상하고 한 발 앞서 나간 것이다. 학습된 환경 외에서도 스스로 예측해 대응하는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기술을 이용해 어떤 혈관이든지 가이드와이어를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다.

"현재 의료 분야 AI·딥러닝 기술 대부분은 진단·예측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로봇 수술 시장이 확대되면 치료에 특화된 AI 프로그램 수요도 늘어날 겁니다. 우리 회사가 '시술 보조'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실제 임상 현장 반응은 어떨까.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을 마친 메디픽셀XA는 오는 하반기부터 협력 병원들과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에이, 이런 거 안 써도 난 잘하는데' 하고 까칠하게 대하던 분들도 우리 제품 프로토타입을 써보면 '야, 이거 정말 필요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임상 현장에 더 많이 소개될 수록 반응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AI 의료기기 수가 적용, 전향적인 시각에서 봐주길"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 메디픽셀 앞에도 아직 건강보험 수가라는 큰 산이 남아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 중 수가가 적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국내에선 수가 적용을 통한 수익성 모델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메디픽셀은 물론 AI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계 모두가 안은 고민이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당연합니다. AI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도 수가 문제는 다각도로 다뤄요. 우리 생각은 그 검증 방식을 좀 더 전향적으로 바꿔보면 어떻겠냐는 거죠."

송 대표는 인체에 투여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 없는 제품에 한해서라도 1~2년 간 시범사업을 도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시범사업 동안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거두는 효과와 비용 절감 정도 등을 평가해 정식 도입과 수가 적용을 해주자는 거다. 의료기관도 새 기술을 충분히 써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계속 현장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관련 논의 과정은 더디다. 이 때문에 AI 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메디픽셀은 심혈관 조영 업체나 시술 기구 업체들의 의료기기에 내장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의료기기 분야에선 항상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최신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크다.

"의료기기 하드웨어 분야는 우리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적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가능성이 커요.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합니다."

송 대표는 "수가 문제는 참 조심스러운 주제"라면서도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수가 문제는 참 조심스러운 주제"라면서도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한편으로 수가 문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임상과 시장 양 방면에서 효용성을 꾸준히 입증하면 길이 열릴 거란 생각이다.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사회적 논의도 서서히 속도를 낼 거라 예측했다.

일상으로 들어온 AI, 전 세계로 나가는 기업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계가 명확한 기술‘로 불렸던 AI는 지난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여명기를 맞았다. 그리고 어느새 AI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송 대표는 AI 기술을 언제까지고 막연한 ‘차세대 미래 기술’이라 부르며 관망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AI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식 못할 정도로요. 의료분야 역시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AI를 어떻게 접목시키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고민 중이에요. 이건 개발자로서 낙천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이를 입증하듯 AI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단 2, 3년만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수많은 업체들이 기술력을 선보였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관심도 한국에 집중됐다. 덕분에 송 대표는 요즘 일주일에도 몇 번씩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진행하며 즐거운 '영어 지옥'에 빠졌다.

메디픽셀은 지난 13일 65억 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 9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혁신기업 국가대표'에도 선정됐다.

"이제는 회사 사람들하고 '우리 벌써 글로벌 기업 된 거 같다'는 농담도 합니다."

'글로벌 기업'은 송 대표가 그리는 행복과 맞닿아 있다. 한 사람의 개발자로서, 엔지니어로서 행복은 무엇보다도 "내 손으로 만든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이다.

"더 많은 의료인이 우리 제품을 이용했으면 좋겠고 더 많은 환자들이 우리 제품으로 치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더 나은 진단과 치료 환경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우리 메디픽셀이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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