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나상훈 교수
[코로나19 백신과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희귀 혈전증] ①

"4월 12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 하였던 60세미만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백신(AZ백신) 접종을 재개합니다. 다만, 백신접종의 이득과 위험 비 분석 상 이익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 30세 미만은 접종중단을 유지합니다."

4월 11일 질병관리청의 발표이다. 전 세계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하 AZ백신)의 혈전 부작용 발생에 대해 난리다. 유럽에서 최초 혈전증발생보고가 있었던 3월 11일 이후, 4월 7일 유럽의약품안정청(이하 EMA)의 최종 보고가 있을 때까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저마다의 기준으로 55~64세 미만에서 AZ백신접종을 중단하는 등 혼란이 가중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3건의 혈전증이 보고되면서, AZ백신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4월 13일에는 우리나라에서 도입예정이던 얀센 코로나 백신(이하 얀센)도 680여만 접종당 6건의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희귀혈전증이 발생하여 미국 CDC에서는 일시적인 접종중단이 권고되었다.

“과연, AZ백신의 혈전증 발생은 중단을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일까? 아니, 얀센도 그렇다니, 코로나 백신(아데노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전부 위험한가?”

이번 글에서는 최근 AZ백신의 희귀혈전을 위주로 하여, 언론보도에서 “혈전” 보도의 정확성 문제, 우리나라의 혈전증 발생 예상, AZ백신에 대한 나라별 연령제한 차이 이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차접종 문제와 과연 AZ백신 접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나(젊은, 특히 여성)”의 올바른 선택에 대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고, 그 이유에 대하여 다루어 보고자 한다.

“모든 코로나 백신은 저마다의 아주 드문 중증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빈도는 우리가 이미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약제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감염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와 이득을 본다면, 백신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으로 접종을 두려워하는 것 보다는, 접종을 지속하면서 드물지만 중증이 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안전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일 것 같다.”


혈전이란 무엇인가? - 정확한 용어선택의 중요성: 모든 음식이 된장찌개는 아니다


EMA에서 3월 11일부터 시작된 혈전관련 이슈에 대하여 지난 4월 7일 최종 분석 보고 시 AZ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연관성이 인정된 혈전증은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혈전증“ 이며, 특이부위(Unusual site)란 의미는 정맥혈전증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형태인 폐색전증(폐동맥)이나 하지정맥의 심부정맥혈전증이 아닌 뇌정맥동이나 내장장맥 등에 혈전증이 생기고 동시에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경우이다. 각 종 언론 보도를 보면, 소위 “혈전”이란 용어가 최소한 5가지 이상의 의미로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AZ백신의 혈전 관련 부작용에 대한 EMA의 발표는 크게 4번(보고는 3번)이었는데, 이 4번의 단계에서 범위가 다른 “혈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혈전”관련 보도에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는 없었던 상황이기도 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EMA의 혈전 부작용 관련에 대한 평가가 최초 분석시작 공지(3월 12일), 초기보고(3월 18일), 중간보고(3월 31일), 그리고 마지막 최종결론 보고(4월 7일) 순서로 범위를 좁혀가며 결론을 내리는 과정과 함께 혈전의 다섯가지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광범위한 의미의 혈전(정의1)은 모든 혈전성 질환이다, 이 혈전(정의1)은 우리가겪을 수 있는 모든 혈전성 질환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평상시 발생 빈도가 매우 높고, 특히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은 위험인자 및 예후, 치료방법이 아주 다르므로, 이 백신과 혈전증 이슈에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정의이다. 음식의 예를 들자면, 그냥 “음식”이라는 정도의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 정의는 EMA의 분석시작단계인 3월 12일에 사용되었고 최초 분석보고 발표일인 3월 18일까지 EMA의 첫 번 째 질문은 “과연 AZ백신은 혈전(정의1)성 질환을 증가시키는가?”였다. 최초 보고인 3월 18일에 EMA 발표의 요지는 “AZ백신은 전반적인 혈전(정의1) 증가와는 관련없다”였다.

두 번째로, 임상적으로 혈전(정의1)은 통상 동맥혈전증(정의2)과 정맥혈전증(정의3)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동맥혈전증(정의2)은 심혈관계 위험인자인 고령,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등이 있는 50~60대 이상 층에서 주로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뇌동맥), 협심증/심근경색증(심장 관상동맥) 등이 대표적이다. AZ백신 접종 후 접종을 하지 않았던 시기의 기저발생률보다 증가하지 않아서, 동맥혈전증(정의2)은 EMA의 백신혈전관련성과의 연관성 분석에서 3월 18일부터 최초 발표에서 부터 연관 없음으로 제일먼저 제외되었던 대상(평상 시 유병률이높기 때문에 초기 분석으로도 AZ백신과 연관성 확인이 가능하였던 것 같다)이다. 치료는 항혈전제 중에 항혈소판제제(아스피린 등)을 포함하여 기저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정맥혈전증(정의3)은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정맥혈에 생긴 혈전으로 폐색전증(폐동맥)과 하지의 심부 정맥에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심부-정맥-혈전증이다, 심부 = deep, 심-부정맥이라고 읽으면 안 된다)이 대표적이다. 정맥혈전증의 위험인자는 혈류의 정체(오래 누워있는 상태, 탈수, 하지골절 후 캐스트, 장시간 비행 등)과 혈전호발경향(유전적인 각종 희귀응고장애나 역시 드문 이차적 항인지질 항체증후군, 활동성 암, 여성 호르몬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매 1년마다 인구 10만 명당 150건 전후이며, 우리나라는 인종적인 특성 등으로 인구 10만 명당 50건 정도로 서양의 1/3정도이다(전체 연령 비교이며, 50대 미만의 경우 서양보다 1/10미만으로 더 적은 편이다). 정맥혈전증(정의3) 역시 동맥혈전증(정의2)과 마찬가지로 EMA분석 상 3월 31일의 2차 보고에서 AZ백신과의 연관성이 없음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의 예상 기저 발생과 백신접종 후 정맥혈전증(정의3)의 발생률의 비교 결과에 의하면 AZ백신 접종 후 오히려 기저예측발생보다 1/3로 적게 발생하여, 수치상으로는 일반적인 정맥혈전증은 AZ백신 접종 후 오히려 100% 발생에서 30%정도 발생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이던 해외 어느나라이던 백신접종 후 “정맥혈전증(정의3)”으로 중증 혹은 사망을 하는 경우 백신접종과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맥혈전증(정의3) 중 1/10미만에서는 통상적인 정맥인 폐동맥(해부학적으로는 동맥이지만, 정맥혈이 흐르므로, 정맥혈전증이다)이나 하지 심부정맥이 아닌 특이부위(unusual site vein)에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특이부위 정맥혈전증(정의4, 이하 특이 혈전증)이라 한다. 뇌정맥동(CVST; 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나 내장정맥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이 AZ백신 접종 후 약 십만 분의 1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MA의 3월 31일 보고에서 이 특이 부위 정맥혈전증(정의4)의 경우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 빈도는 비슷하지만, 평상시 젊은 연령층에서는 발생율이 고령층보다 낮으므로, 백신 접종 후 발생은 연령대마다 비슷하지만, 기저발생율과 비교한다면, 특이 혈전증(정의4)인 경우 AZ백신 접종 후 발생 빈도가 약 2~5배 젊은 연령층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세한 분석 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영국(UK)를 제외한 유럽경제연합(EEA)에서의 특이혈전증발생 빈도는 AZ백신 접종 후 4.94배(2.63~8.4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지만, UK/EEA를 합쳐서 분석을 하면 1.42배(0.79~2.34)로 통계적인 의미를 보이지 않은 바 있다. 그래서 3월 31일의 보고에 서는 CVST등의 특이혈전증(정의4)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추가 분석이 필요하며 아직 확정적인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EEA만 의미있고, UK/EEA 전체에선 의미가 없없다).

3월 31일부터 4월 7일까지는 이 특이부위혈전증(정의4)에 대한 증례별 분석을 하였던 것 같은데,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4월 7일 EMA의 최종 보고에서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혈전증(정의5, 이하 “희귀혈전증”)에 한하여 AZ백신과의 연관성이 인정 되었다(strong association, possible link가 정확한 영문발표). 정의4의 특이부위혈전증에 추가적으로 면역반응으로 추정되는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경우이며, AZ백신과의 연관성이 인정 보고된 것은 이 희귀혈전증(정의5)에 국한된다. 설명이 가능한(plausible) 기전으로는 AZ백신 접종 후 인체의 코로나항체를 생성하는 면역과정에서 혈소판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되어 혈소판을 파괴할 수 있다는 기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EMA의 AZ백신에 대한 최종 분석(4월 7일) 및 미국 CDC의 얀센백신에 대한 초기 분석 결과(4월 13일)를 보면,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 희귀혈전증(정의5)은 백만 접종 당 약 2~5건이 발생하는 것(유럽과 미국에 국한)으로 추정된다. AZ백신이나 얀센백신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혈전증”은 이 다섯 번째 정의에 해당하는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혈전증(=희귀혈전증;정의5)”뿐이다. 3월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이든 외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이 EMA의 한달여 간의 분석과정을 따라서 부작용으로 인정된 희귀혈전증(정의5)까지를 범위를 좁혀가며 발표한 내용을 혼동하여 각종 기사를 작성하고 저마다의 해석을 하면서, 매우 많은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다.

정리하면 백신과 관련된 혈전증은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EMA의 분석 과정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으며, “혈전증(정의1)”은 너무 광범위한 용어이고 그냥 “음식” 정도의 범위이고, 3월 18일 발표부터 연관성 없음이라고 분석되었고, “동맥혈전증(정의2)”는 백신접종과 무관하며 “중화요리”정도의 개념이며 이 역시 백신과 무관(EMA 3월 18일 보고)하다. “정맥혈전증(정의3)”은 “한식”정도의 의미이며 역시 백신과 무관하며, 무관한 정도가 아니라 기전은 알 수 없지만 백신접종으로 평소 빈도의 1/3정도로 줄어드는 양상으로 수치상으로 는 백신으로 호전?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EMA 3월 31일 분석에서 연관성 제외). “특이부위 정맥혈전증(정의4)”은 음식으로 치자면 “찌개류”정도의 개념이며 드문 형태의 뇌정맥동, 내장정맥 등에 발생하는 정맥혈전증이며, 백신 접종 후 평상시보다 2~5배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3월 31일 분석상 유럽전체대상 분석과 EEA대상 분석 결과가 달라서 경향성이 있지만 연관성 여부는 확정을 하지 못했다). 이 특이부위혈전증(정의4)의 발생 빈도는 약 십만 건당 1건 정도로 매우 드문 정도이다.

마지막 혈전의 가장 좁은 정의인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 혈전증=희귀혈전증(정의5)”은 유럽 EMA 4월 7일에 AZ백신과의 연관성이 인정되었고, 최근 (4월14일) 추가적으로 얀센백신에 대하여도 미국 CDC에서 백신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혈전증으로 빈도는 평균적인 발생 예상 빈도는 백만 접종 당 2-5건으로 특이부위혈전증(정의4)의 약 1/2~1/5정도에서 추가적인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되는 경우로 더욱더 드문 혈전증으로 생각된다. 음식으로 치자면 “엄마가 직접 담근 숙성된장으로 끓인 1인분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정도의 매우 좁은 범위의 혈전증이다.

혈전증 정의1~정의5까지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1개월간의 언론 보도는 이 전혀 다른 범위의 다섯 가지 혈전증을 모두 “혈전증”한 가지로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AZ백신과 연관 인정된 혈전증은 오직 정의5의 “희귀혈전증 – 혈소판감소가 동반된 특이부위 혈전증” 뿐이다. 빈도는 백만 접종 당 2~5건(유럽/미국)이지만 우리나라의 발생 예측 빈도(2021년 4월 19일 현재 단 한건도 발생한적 없다)는 유럽/미국의 1/3~1/5(어쩌면 1/10)로 추산되어 백만 접종 당 1건 미만일 것 같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질문에서 다룰 예정이다.

EMA의 세 차례 분석결과 발표와 이후 2차례의 WHO발표 모두 매우 드문 백신과 연관된 희귀혈전증의 위험보다 코로나감염 예방으로 얻는 코로나감염자체의 중증화/사망의 감소 효과가 훨씬 높으므로 백신접종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과, 발생 빈도가 매우 드물(very rare) 것으로 예측되므로, 모든 코로나백신의 전반적인 안정성과 효과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은 지속 강조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특이부위혈전증(정의4)는 1건 있었지만, 백신과 연관성이 인정된 희귀혈전증(정의5, 혈소판 감소증 동반이 필수)은 (4월19일 현재)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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