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나상훈 교수, 교수 세미나서 “AZ 백신 접종, 안전한 선택이다”
"백신 혈전 논란, 사실관계 제대로 파악 못하거나 인용 잘못해 불거져"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나상훈 교수는 코로나19 백신과 희귀혈전증 발생 위험을 분석한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안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나상훈 교수는 코로나19 백신과 희귀혈전증 발생 위험을 분석한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안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혈전 발생’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발생 위험성이 부정확한 정보로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나상훈 교수는 지난 20일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백신 관련 혈전 논란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 나온 자료를 잘못 인용하면서 벌어진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밝혔다. 청년의사는 나상훈 교수의 동의를 얻어 발표 내용을 요약하고, 발표 자료 전문을 함께 게재한다.

나 교수는 우선 명확한 용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연관성이 인정된 혈전증은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 혈전증’(희귀 혈전증)으로 발생 빈도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가장 광범위한 의미인 ‘혈전’이 주로 사용되면서 발생 빈도가 매우 높은 부작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 3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전반적인 혈전 증가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혈전 중에서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을 일으키는 동맥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고 초기부터 제외했다.

EMA는 지난 3월 31일 2차 보고에서 정맥혈전증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고 확인했다. 국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특이부위 정맥혈전증(특이 혈전증)의 경우 추가 분석이 필요하며 아직 확정적인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EMA의 입장이다.

EMA는 지난 7일 최종 보고에서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된 특이부위 혈전증’(희귀 혈전증)에 한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19일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한 건도 없다. 특이부위 혈전증은 1건이다.

희귀 혈전증과 연관성이 분석된 사례는 아데노바이러스 바이러스를 벡터(전달체)로 사용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스푸트니크V 백신 외에도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후에도 보고됐다.

하지만 그 빈도는 매우 낮다. 19일 기준 유럽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100만건 당 3.5~6.5건 희귀 혈전증 발생이 보고됐으며 ▲미국 얀센 백신 접종 100만건 당 1~2건 ▲아르헨티나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 100만건당 1.3건이 보고됐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유럽에서 접종 100만건당 0.6건, 모더나 백신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00만건당 1.25건이 보고됐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가 없지만 임신·출산과 연관된 정맥혈전증 발생 빈도 차이로 추정해보면 유럽의 5분의 1인 100만건당 0.7~1.3건 정도로 매우 낮다.

나 교수는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할 때도 1만분의 1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며 피임약 복용 후에도 1만분의 4 이상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으로 사망할 위험보다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할 위험이 4~10배 더 높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으로 사망할 확률은 0.00001%인 반면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할 확률은 0.00004~0.00010%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예방 효과 80% 기준)을 전 국민이 6개월 동안 맞았다면 코로나19 확진자는 10만명에서 2만명으로 사망자는 1,700여명에서 340여명으로 감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으로 증가할 수 있는 사망은 4명 정도인데 반해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는 코로나19 사망은 1,300명 이상”이라며 “1,300여명을 살릴 수 있는 백신 접종을 사망자가 4명 증가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나 교수는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저마다 아주 드문 중증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빈도는 우리가 이미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약제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며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와 이득을 본다면 어느 백신이든 접종을 지속하면서 드물지만 중증이 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노력을 하는 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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