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쯔쯔가무시 등에 흔히 쓰이는 항생제
잇단 품절 사태에 처방 의약품 바꾸는 의원도
중국 원료의약품 수급 안돼 생산 중단하는 제약사 늘어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성분 항생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 치료에 애를 먹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원료 수입이 되지 않아 지난해 11월부터 생산을 중단한 제약사도 있다.

독시사이클린은 비뇨기과에서는 성병 1차 치료제로 흔히 쓰이며 내과에서는 쯔쯔가무시 치료제로, 피부과에서는 염증치료 등에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다.

특히 비뇨기과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벤자틴 페니실린(benzathine penicillin) 대신 매독 치료에 독시사이클린을 쓰기도 한다. 벤자틴 페니실린은 희귀약품으로 지정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공급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성병 치료제로 독시사이클린을 주로 쓰는데 공급이 중단된 지 몇 개월이 지났다”며 “그동안은 비축해 뒀던 물량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독 치료 시 주사제인 벤자틴 페니실린을 쓰는데 알레르기가 있거나 주사를 맞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독시사이클린을 4주 동안 쓰기도 한다”며 “하지만 벤자틴 페니실린은 희귀약이어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전화해서 주문해야 하기에 독시사이클린을 주로 쓴다”고 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이종진 회장(광명프라임비뇨기과의원)은 “모든 독시사이클린 항생제 공급이 중단되면 큰일이다. 하지만 아직 몇몇 제품은 약국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독시사이클린 원료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도 기존에 처방하던 제품이 품절돼 다른 제품을 처방하고 있다.

중국 원료의약품 수급난으로 생산 중단 이어져

독시사이클린 공급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독시사이클린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 샹수이현 화학공업단지 화재로 원료의약품 공장이 전소됐으며 그 이후에도 GMP 시설 인증 등이 늦어지고 있다.

영풍제약은 지난해 11월부터 ‘영풍독시사이클린정’ 생산을 중단했다. 영풍제약은 빨라야 오는 5월부터 독시사이클린정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제약 관계자는 “원료가 중국에서 들어와야 하는데 옌청시 샹수이현 화학공업단지에 불이 나 공장이 전소됐다”며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로 공장 재가동에 제동을 걸면서 허가가 늦어졌다. 3월이면 재허가를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어져 원료 공급 중단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남아 있던 재고로 일부 물량을 생산했지만 이마저도 바닥났다. 최근 품절 사태는 그래서 더 부각됐을 것”이라며 “기업 측에서 이같은 상황을 중국과 한국 정부에 계속 전달하고 해결을 요청했다. 식약처도 중국 현장에 파견을 나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중국 공장에서 원료 시생산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는 5월 중순부터는 국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영풍제약과 마찬가지로 신일제약도 지난해부터 독시사이클린 계열 항생제인 '신일모노독시엠캡슐' 생산을 중단했으며 메디카코리아는 원료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바이독시정' 생산량을 줄였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원료의약품 수급이 잘 안되고 있다. 공장 화재 여파라기보다 중국 정부의 GMP 시설 인증이 늦어지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국제 문제여서 재촉한다고 해서 공급이 앞당겨지는 게 아니어서 우리 제품도 언제 국내 공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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