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반대 및 보험 적용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한국MSD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9' 공급 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한 반감이 의료계를 넘어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다실9'의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보험료 적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화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화면

앞서 한국MSD는 자사 3종 백신에 대한 공급가 인상을 결정하고, 약 한 달간 병의원에 공문 발송 및 영업사원 디테일링을 통한 예고 기간을 가진 바 있다.

가격이 인상된 백신 3종은 4가 HPV 백신인 '가다실'과 9가 HPV 백신인 '가다실9', 5가 로타바이러스 백신인 '로타텍'으로, 인상분은 각각 기존 공급가의 15%, 15% 및 17% 선이다.

회사 측은 백신 생산 및 품질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통보 받은 병의원에서는 곧바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공급가 인상에 따라 병원에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접종비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인상 전 백신을 대량으로 선주문하는 병의원이 증가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백신 회사가 공급 가능한 총 백신 물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회사 측은 각 병의원에서 평균적으로 사용해 온 백신 물량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공급 물량을 분배해 놓는데, 가격 인상을 일찍 전달받은 일부 병의원들이 백신을 대량으로 선주문한 것.

MSD 한 영업사원 전언에 따르면, 변호사를 대동하고 회사 측에 불공정 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도 있었다.

임상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산부인과의사회가 한국MSD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통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4월 실제로 소비자들의 접종비가 인상되자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것이다.

청원을 넣은 게시자는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질암, 항문암 등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사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맞아야 하는 주사"라며 "현재 가다실9은 주사 한 대에 15만~20만원 선으로, 3회에 걸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못해도 45만~60만원 정도의 큰 돈이 들어가는 주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가다실9이 4월부터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는데, 최대 15% 인상이면 못해도 50~70만원 가량을 내야한다는 소리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가다실9 주사의 가격 인상 반대와 보험 적용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은 올라온 지 열흘 만(8일 기준)에 1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자사 백신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이 의사 사회를 넘어 일반으로까지 번지자 한국MSD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MSD 측은 "최근 자궁경부암 등 HPV 관련 질환의 심각성과 HPV 백신 접종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당사 제품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점에 대해 엄중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산부인과의사회가 내놓은 '일방적 통보'라는 비판에 "가다실의 가격 인상과 관련된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신 점에 대해 양해 말씀 드린다"라며 "가다실, 가다실9이 국내 출시 이후 처음으로 가격 인상이 됐기에 이로 인해 선생님들께서 갑작스럽게 받아들이시고 불편하게 느끼셨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회사는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의료진과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접종 현장에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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