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BL3 시설 갖춘 실험실에서만 가능
“일선 병원도 가능한 효소면역검사용 진단키트 도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중화항체 검사 역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의료인 400명을 대상으로 중화항체검사를 실시해 항체 형성률과 지속 기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검사와 분석은 생물안전 3등급(BL3) 시설을 갖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담당한다.

현재 국내에서 실시하는 중화항체검사는 세포배양법으로 감염 위험이 있기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BL3 시설을 갖춘 곳에서만 가능하다. 신속항체검사는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선 의료기관들을 활용해 검사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대다수 의료기관이 갖추고 있는 효소면역진단장비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장비를 활용해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로 중화항체 형성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지만 관련 진단시약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항체 형성률과 지속 여부에 대한 해외 연구논문 중에도 ELISA를 활용한 경우가 많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 김미나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은 “접종한 모든 국민의 중화항체를 측정할 필요는 없지만 통계적으로 유효한 수의 균형 잡힌 표본집단을 선정해 집단면역 형성을 가늠하기 위한 중화항체 측정은 필수”라며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시작과 마지막 사이 간격이 길어지면 백신 종류별, 인구학적 특성별로 중화항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전 국민 집단면역 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 접종 후 효과 모니터링에 중화항체는 필수적인 진단검사법”이라며 “국가적으로도 국산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임상실험이나 초기 판매 후 효과 모니터링 연구를 위해 진단검사실에 중화항체검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전국민 대상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면역 형성 효과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시적인 수요 폭발을 소화하기에 질병관리청 등 국가기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선 진단검사실에서 코호트 연구의 일익을 담당하게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중화항체에 대한 표준 검사법인 Plaque reduction neutralization test(PRNT)이나 일부 변형 방법인 Cytopathic effect(CPE)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배양하므로 BL3 수준인 극소수 실험실에서만 가능하다”며 “국가적인 검사실 자원 효용성을 극대화하려면 병원과 전문수탁기관 등 민간검사실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오랫동안 임상검사실에서 사용해 온 효소면역검사법을 이용하는 진단키트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해서 충분한 중화항체검사 역량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에 필수적인 검사는 아니지만 일부 집단에서 중화항체 형성 등을 확인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토착화되면 형성된 항체가 얼마 이하로 떨어지면 감염될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부스터를 맞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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