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심증상 보이는 응급환자에는 사용 못해
검사시약 공급난…긴급사용승인 종료에 도입 장벽도 높아져
“급여기준 개선하고 신규 제품 도입 문턱 낮춰야”

응급 환자를 신속하게 진료하기 위해 신속PCR검사가 급여화됐지만 정작 급여기준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는 응급 환자로 검사 대상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응급용 핵산증폭(PCR) 검사’ 급여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대상은 코로나19 관련 임상 증상이 없는 응급실 내원환자로, 중증응급환자나 6시간 이상 지연할 수 없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중증응급의심환자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급여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응급 환자를 치료하려면 신속PCR검사로 감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속PCR검사는 1시간 정도면 결과가 나오지만 민감도와 특이도는 RT-PCR 검사보다 낮고 신속항원검사보다는 높다.

현재 국내에는 신속PCR검사 시약 9개 제품이 긴급사용승인돼 있다. 이들 제품 중 일선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Cepheid사의 ‘Xpert® Xpress SARS-CoV-2’와 비오메리으(bioMérieux)의 ‘BioFire® Respiratory Panel 2.1’(BioFire RP 2.1)이다. 이 두 제품은 핵산 추출 등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2월 5일 기준 신속PCR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85개소이며 이들 중 68개소는 Xpert Xpress를, 11개소는 BioFire RP 2.1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속PCR검사는 총 4만6,489건이다.

임상미생물학회 김영진 홍보이사(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신속PCR검사로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해 신속히 음성 결과를 확인하면 치료에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음 환자를 진료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신속PCR검사가 신속항원검사보다 우선이지만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장비와 인력조차 없는 기관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진단검사의학회의 성능 검증 결과를 근거로 “신속항원검사는 신속PCR검사에 우선할 수 없으나 신속PCR 시약 부족 상황에서는 대안 검사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회가 국내 1호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 성능을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41.5%로 나타났다.

임상미생물학회가 지난 2월 26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도 신속 PCR 검사의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허희재 교수는 “국내에서는 응급실에 오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는 신속PCR검사를 할 수 없으며 사례정의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만 적용된다”며 “급여 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허희재 교수가 지난 2월 26일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 중.
삼성서울병원 허희재 교수가 지난 2월 26일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 중.

검사시약 공급 부족…긴급사용승인 종료에 도입 장벽도 높아져

신속PCR검사 시약 공급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약인 Xpert Xpress는 세계적으로도 물량이 부족해 국내에서는 학회가 병원별로 배분하고 있다.

A대학병원의 경우 월평균 신속PCR검사 시약 600개 이상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받는 물량은 190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오메리으의 BioFire RP 2.1로 부족한 물량을 충당하고 있지만 원가보다 낮은 수가로 인해 월 평균 2,000만원 정도씩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에 따르면 신속PCR검사 수가는 8만원 정도지만 BioFire RP 2.1 가격은 12만원 정도다.

임상미생물학회 김영진 홍보이사는 “Xpert Xpress는 세계적으로도 품귀 현상을 겪고 있어 국내 수입 물량이 적다. 3월부터는 2배 정도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응급실 방문 환자가 많은 병원은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월 3일자로 진단시약 긴급사용이 종료되면서 대체할 제품을 찾기도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김 이사는 “로슈의 LIAT 시스템을 이용한 The cobas® SARS-CoV-2 & Influenza A/B 가 저렴한 시약 가격과 25분이라는 짧은 검사소요시간의 real time PCR 검사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국내에는 긴급승인 신청 기간이 지나 공급이 힘들어졌다”며 “정규 승인 절차를 거치면 올해 말에나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이 검사법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는 “LIAT 시스템은 이미 국내에 인플루엔자 검사를 위해 장비는 보급이 많이 되어 있는데 시약이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세계적으로 검증된 다양한 제품을 허가한다면 시약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상미생물학회 김미나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은 “한국처럼 진단키트에 있어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2개월 만에 닫고 국산제품 사용만 고집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미국은 긴급사용승인을 우리보다 수개월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 2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진단키트가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지속적인 성능개선과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가 이뤄져 실시간으로 진단검사실에 도입돼 방역과 환자 진료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팬데믹 대응을 위해 만든 긴급사용승인제도임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중에 조기 종료해 버린 것은 국가적인 검사실 대응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국산 진단제품의 개선이나 개발 노력조차 막는다. 민간검사실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긴급사용승인제도를 팬데믹 종료 시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질병관리청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유천권 감염병진단분석국장은 지난 2월 26일 열린 임상미생물학회 심포지엄에서 “응급실에서 사용하는 신속PCR검사 시약의 90% 이상이 Xpert Xpress인데, 우리나라 시장이 작다보니 본사에 이야기해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공급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 기준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자세히 알려주면 복지부와 상의해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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