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중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발표
“진정세로 보기 어렵다. 고삐 늦추면 위험” 지적
“예측 가능한 체계 마련 준비해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국민 이동량이 증가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지난해 12월 8일부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한달 넘게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5명 이상 사적 모임도 금지됐다.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시행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번 주 중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1년을 맞아 청년의사는 지난 26일 명지병원과 함께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전망과 향후 대응 방향'을 주제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강대희 서울의대 코로나19과학위원장.
국내 코로나19 발생 1년을 맞아 청년의사는 지난 26일 명지병원과 함께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전망과 향후 대응 방향'을 주제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강대희 서울의대 코로나19과학위원장.

지난 2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정세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명지병원 감염내과 최강원 교수는 “아직 진정세라고 하기 어렵다. 급속하게 증가하다가 엄격한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얻어 감소세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3차 유행이 정점을 지나서 진정세라고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고삐를 늦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코로나19과학위원장인 강대희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2차 유행도 예측하지 못했다. 3차 유행이 끝물이라고 하는데 여기저기 산발적인 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점이고 고비가 지나 진정세라고 말하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이왕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은 “이번 3차 유행은 정점을 한 번 찍고 내려오는 하강세가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규 확진자가 100~200명대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100명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사이 4차 유행이 올 수도 있다. 내년 초까지 파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 연휴 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염 재생산 지수(R)로 예측을 하는데 현재 0.7 정도다. 이 상태로 유지되면 다음 주는 신규 확진자가 200명대로 떨어지고 그 다음 주는 100명대로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2월에 전 국민이 이동하는 설 명절이 있다. 이때 다시 R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설 명절까지 잘 대응하면 3차 유행 상황은 좋아지고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그 결과로 확진자 발생은 많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년 평가해 향후 대책 수립해야
“경제-방역 사이에서 우왕좌왕 말아야”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등을 평가해 마련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교수는 “보건의료정책을 집행하고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정점을 지나 진정세로 가고 있다고 말하려면 그 원인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에 있는지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에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정책을 짜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어떤 부분을 잘했고 어떤 부분은 준비를 못했는지 검토하고 평가해야 앞으로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 행동 변화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또 다른 유행에 대비해 행동 변화에 따라 R값이 어떻게 바뀌는지, 환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등을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연구해야 하고 이를 통해 평가가 진행되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개방사회에서 이 정도로 K-방역을 잘한 부분은 자랑할 만하다. 방역 정책을 세운 분들이 잘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강수를 취해 깜짝 놀랐다”며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방역과 경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이다.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실상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최대한 빨리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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