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쎔블리바이오, 코어 길항제 '베비코르비어' 연장 임상 실패
GSK의 RNA 치료제 'GSK3228836', 초기 임상에서 HBsAg 감소 확인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 B형간염 치료에서 '기능적 완치'라는 궁극적인 치료 목표 달성에 도전한 두 제약사의 행보가 엇갈려 주목된다.

최근 B형간염 바이러스 분야 최초의 코어 길항제인 '베비코르비어(vebicorvir)'를 개발한 어쎔블리 바이오사이언스(Assembly Biosciences)는 과감하게 약물 중단 시험을 진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반면 GSK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후보물질 'GSK3228836'이 4주 치료만으로 표면항원(HBsAg) 및 DNA를 제거함으로써 '기능적 완치'에 한발 다가갔다고 발표했다.

어쎔블리바이오는 지난 5일(현지시간) '베비코르비어(vebicorvir)'의 2상 임상 연장시험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베비코르비어'는 지난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인 뉴클레오사이드 유사 역전사효소 억제제(NRTI)와 병용해 더욱 심화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에 더 나아가 12~18개월간 베비코르비어와 NRTI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치료 중단 후에도 바이러스 억제 반응이 유지되는지 시험한 것이다.

당초 어쎔블리바이오는 24주차 바이러스 억제 달성률 15%를 의미있는 목표로 설정하고 시험을 진행했지만, 치료 중단 16주차에 시험에 참여한 41명 중 39명이 재발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마지막 데이터 수집 당시 HBeAg 음성인 환자 23명 중 22명이 재발해 SVR 비율은 4%에 그쳤으며, 16명은 약물 중단 4주만에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HBeAg 양성인 환자는 18명 중 17명이 재발해 SVR 비율은 6%였고, 17명 모두 약물 중단 4주만에 재발했다.

어쎔블리바이오의 최고경영자인 존 맥허치슨(John McHutchison) 회장은 "우리는 SVR24 비율이 15% 이상이면 B형간염 치료에 (기간이 한정된) 유한요법으로서 의미있는 첫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구) 중간 결과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제 막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고, 비록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이 시험이 적절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또한 이 같은 배움이 회사의 지속적인 개발 프로그램에도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쎔블리바이오는 현재 만성 B형간염 환자의 3분의 1을 보유한 중국에서 베이진(BeiGene)과 함께 베비코르비어의 3상 임상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기존 NRTI 치료로 불충분한 환자를 대상으로 베비코르비어 추가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어쎔블리바이오는 이밖에도 파이프라인에 2~3세대 코어 길항제인 'ABI-H2158'과 'ABI-H373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전의 베비코르비어가 이번 완치 목표의 임상시험에 실패했기 때문에 향후 2~3세대 코어 길항제 개발 향방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BI-H3733이 내년 상반기 아르부투스(Arbutus)社가 개발 중인 RNAi 기반 치료제와 함께 3제 병용 2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쎔블리바이오와 달리 GSK는 RNAi 기반 치료 후보물질인 'GSK3228836'으로 기능적 완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GSK3228836'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메신저 RNA(mRNA)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이다.

GSK는 지난 8월 말 유럽간학회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례학술대회(Digital ILC 2020)에서 초기 2a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하며 'GSK3228836'의 가능성을 알린 바 있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기존 뉴클레오사이드 혹은 뉴클레오타이드 유사(NA)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치료 경험이 없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4주간의 GSK3228836 치료가 위약 대비 더 뛰어난 표면항원(HBsAg) 및 DNA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HBsAg은 만성 B형간염의 대리지표(surrogate marker)로서, 특히 항바이러스 치료의 종료시점을 결정하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도 미국, 유럽, 국내 진료지침은 HBsAg 소실(기능적 완치) 후 항바이러스 치료 중단을 권장하고 있지만, HBsAg가 소실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어 이를 명확하게 입증한 근거 연구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GSK3228836 치료가 HBsAg를 감소시키고 장기간 소실을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용량 결정을 위한 2a상 연구에서 연구진은 3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주간 GSK3228836 150mg 및 300mg, 위약을 피하주사한 세 군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마지막 도즈가 투여된 후 모든 환자들은 기존 NA 치료제인 '테노포비어' 혹은 '엔테카비어'를 6개월간 복용했으며, HBsAg 손실이 지속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찰됐다.

그 결과 GSK3228836 300mg 투여군(16명)에서 HBsAg 감소가 관찰됐으며, 이는 NA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4명)와 없는 환자(12명) 모두에서 나타났다.

해당 임상을 주도한 홍콩대학교 퀸 메리 병원(Queen Mary Hospital) 만-펑 위엔(Man-Fung Yuen) 교수는 "조기에 기능적 완치에 도달하려는 목표는 잠재적으로 간 관련 합병증 및 간암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또한 기능적 완치와 관련된 강화된 면역 조절은 잠재적으로 환자가 약물을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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