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감서 여야 의원들, 강력한 단속 및 대책 촉구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허점 및 폐의약품 수거 관리 개선점도 지적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정감사에서 마약류,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의 불법 유통에 대한 식약처의 미흡한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여야 위원들은 구멍 뚫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물론 식약처가 불법유통의약품 판매 및 사용자 처벌에 소극적 입장을 보인다며,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단속 의지가 없음을 질타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이 지난 13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제공.
이의경 식약처장이 지난 13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 식약처장이 식품·의약품 등의 온라인 유통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식품·의약품 등에 대해 직접 차단 등 필요한 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식품·의약품등의 온라인유통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선 식약처의 이같은 조치가 의료용 마약류, 스테로이드 등이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실제 불법유통의약품을 공급하고 구매하는 당사자에 대한 처벌 없이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접선 장소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문의약품 불법 거래로 적발된 중고 거래 온라인 사이트 ‘당근마켓’ 대표 김재현 씨를 증인으로 불러 해당 사건에 대한 질타와 함께 이의경 처장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주 의원은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아닌 사람은 의약품을 팔 수 없으며, 약사 역시 의사의 처방 없이는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며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버젓이 전문의약품이 거래되고 있었고, 심지어 향정신성 의약품까지 중고 거래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소위 ‘몸짱’ 열풍이 불며 일부 피트니스 클럽 등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불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증언 자료 등을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은 “트레이너가 불법 유통 스테로이드를 판매하거나 의사인 고객과 짜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아 선수들에게 권하는 경우가 분분하다”며 “하지만 식약처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지, 적발 후 수사 의뢰 건수는 극히 적었다”고 말했다.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은 “의료용 마약류로 처방된 마약성 진통제들이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으로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작년 12월 법 개정을 통해 처방 후 사용하고 남은 의료용 마약류 수거사업이 시행됐지만, 식약처는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처럼 처방 받아 사용하고 남은 의약품을 안전하게 폐기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폐의약품 처리 업무를 식약처로 옮겨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228개 지자체 중 폐의약품 수거 관련 조례가 있는 곳은 74곳에 불과하며, 처리 방법 또한 지자체마다 달라 식약처에서 통합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에 더해 ‘폐의약품 수거일’을 지정해 처리 방법을 국민에 홍보하고, 의약품 포장지 및 용기에 폐기 방법을 명시하며, 약사가 복약지도 시 폐의약품 수거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한편, 김성주 의원은 당초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허점이 지적하며, 식약처의 부실한 마약류 관리 실태를 질책하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은 “규정에 따르면, 연구 목적의 마약류라도 그 사용 기록을 2년간 보전하도록 돼 있다”며 “현재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연구자 중 3분의 1 정도만 감사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식약처가 감사의 효율성을 위해 3년에 한번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사용기록 보전기간이 2년인데 3년 간격으로 감사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최근 2018년 동물실험 논란으로 언론 보도된 한 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한 마약류 의약품을 아직까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2018년 보도 당시 해당 대학에 대한 감사에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번에 제보가 오기까지도 식약처는 인지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의약품 불법거래, 범죄 악용 소지 다분...공급자구매자 쌍방 처벌해야

이날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 시 공급자, 구매자를 쌍방 처벌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영인 의원은 “불법 거래되는 의약품 중 몇몇은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며 “하지만 식약처가 기껏해야 불법 거래 사이트 차단 조치에 그치고 구매자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를 하지 않으니, 이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정숙 의원은 일명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에페드린’의 불법 유통을 예로 들며 “해당 의약품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부정맥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하면 급사의 위험까지 있는 이같은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 처방에 의해 사용돼야 하고, 의약품유통관리시스템을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이같은 사태는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의미인데도, 정작 식약처는 이에 대한 처벌 및 행정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 역시 불법유통의약품의 범죄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 의원은 “이같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들은 조금만 가공을 거치면 필로폰 등 마약으로 제조될 수 있다”며 “실제 작년 필로폰 제조에 사용돼 적발된 바 있고, 의약품 유통과정만 잘 들여다봐도 단속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식약처는 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의 의약품 불법 유통 사이트 단속 및 차단 건수는 5477건에 달하지만 유통에 대한 단속은 단 2건에 불과했다”며 “거래가 이뤄지는 사이트만 잡아내면 무엇하나. 다른 기관과 공조해서라도 공급처를 원천적으로 잡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구매자 처벌에 대해 식약처는 ‘현실적으로 적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라며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불법유통의약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이를 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식약처의 단속 의지만 확고하다면 감시 관리가 가능한데, 단속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의경 식약처장은 “스테로이드 등 의약품불법유통은 국민 건강에 유해해 기획 감시 및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상의 의약품 중고 거래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자율 관리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스테로이드 없는 운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문체부와 MOU를 맺고 홍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식약처 역시 전문의약품 불법유통을 근절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거래) 구매자 처벌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반사회적 행위로 간주될 때 이뤄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 여부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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