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보다 의사 수 많은 이탈리아·스페인, 코로나19로 의료붕괴
통계청, 인구 추이 및 연령별 은퇴율 고려…“가만 있어도 의사 증가”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위원장, 병협 정영호 회장 징계 요구

정부가 지역 간 의료불균형과 필수전문과목 의료제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내놨지만 의사들은 원인 진단과 해결책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 4대악(惡)’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여의도로 모이기로 한 14일 오전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남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의사 수 증원이 공공의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남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
경남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을 제기하며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OECD 평균(3.5명) 보다 의사 수가 많은 이탈리아(4명), 스페인(4명)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료붕괴를 겪었다는 것.

마 위원장은 “OECD 보다 의사 수는 적지만 국가별 의사 밀도는 세계에서 3위다. 의사 증가율도 2028년이 되면 OECD 평균만큼 된다”며 “인구가 줄어드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 없다.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2018년 우리나라 경상의료비는 GDP 대비 OECD 평균(8.8%)보다 낮은 7.6%다. 의사 수는 부족하고 진료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경상의료비가 낮은 모순이다. 이는 수가가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 위원장은 “당장 의대를 늘리면 지역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의사 양성까지 15년 걸린다. 본격적으로는 20년 후인데 왜 그 이야기는 정부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의대정원을 늘린다니 우수한 공대생들이 의대 들어오겠다고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정부가 작위적으로 통계를 해석해 보건의료 현황 문제에 대해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인구 추이와 연령별 은퇴율을 고려해 계산하면 가만히 있어도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이 의사 수가 늘어난다. 일본처럼 의사 수를 조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

장 교수는 “지금의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히 수에 대한 문제가 핵심적인 문제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정부는) 우리나라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할 거라는데 의사 수가 적어서 문제라고 한다면 현재 고령자 분율도 (OECD 국가 평균으로 보면) 하위이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한다”며 “통계를 작위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장 교수는 의사 수 증원이 아닌 지역 간 건강 불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립병원을 확충하는 대책보다는 지방 의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에 지방의료원을 민간이 위탁해 운영하도록 하고 주관 부처를 지자체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지역수가 구조 형성, 원가기반과 의사인력관리를 통한 적정보상,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구축, 정부기관 의료인력 별정직제화 등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역 수가 구조 형성해서 지역 자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원가기반 의사인력과 적정보상, 인력관리를 제대로 해서 보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필수의료의 경우 인프라 구축을 통해 가야 하고 정부기관 의료인력 벌정직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남의대 폐교 등 정부 정책 실패 책임은 누가?

서남의대 폐교를 비롯해 의학전문대학원의 의대로 전환 등 실패한 의학교육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자성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결국 의료계가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 위원장은 “서남의대 폐교와 의전원 의대 전환의 책임은 누가 질 건가. 또 다시 의대를 만들겠다고 나서는데 불량의대가 됐을 때 책임은 누가 질 거냐”며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 위원장은 “의전원 정책도 실패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책임정치, 행정책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며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한 건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초점을 맞추지 않은 정책은 늘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도 “과거로부터 교훈도 생각해야 한다. 서남의대 폐교와 의전원 의대 전환,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보며 정책 실패에 대한 성찰이 돼야 한다”며 “교육은 정치 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의학교육은 질적 수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계획에 대한 부분들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계획조차 수립돼 있지 않았다”며 “정부는 먼저 지역의료 현황, 필수 및 중증의료 요구, 의료이용 행태 등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윤태영 부원장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의료문제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그 연장선상에서 지자체 및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따라 의대를 유치하려는 정치적 양상을 보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원장은 “과거 의전원 실패했던 원인을 보면 당초 정책 목표가 중간에 바뀐 것을 볼 수 있다”며 “의사 양성에 관한 정책 목표가 정확한지 그에 따른 내용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병협 정영호 회장에 대한 '징계' 요청 제기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찬성 입장을 밝힌 대한병원협회를 향한 질타도 쏟아졌다.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병협 정영호 회장의 징계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마 위원장은 “병협 정영호 회장을 의협 회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의협에) 징계 요청을 한다. 도대체 병협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병협이냐”며 “병협에서도 내분이 일어나고 있는데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경민 수련이사는 병협은 병원의 경영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경영 논리를 적용하게 되면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기 어렵다면서 병원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수련이사는 정부는 지금까지 모든 의료정책을 실패 했다고 봐야 한다"의료계가 예상했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한 번 믿어보자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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