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6명, 공동토론회 개최…21대 국회 법제화 시동
소비자단체‧환자단체‧법조계 등 모두 찬성…의협만 반대 의견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이 공동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21대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경기도의료원,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법조계 인사 등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했고 의료계를 대표해 참석한 대한의사협회만 반대 의견을 밝혀 향후 외로운 싸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강득구‧권칠승‧김성환‧오영환‧최혜영 의원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운영 사례’를 주제로 발제한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은 근절되지 않는 수술실 불법행위에 따른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운영과 법적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이 공개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시범운영 결과 2018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총 1,192건의 수술 중 791건의 수술에서 CCTV 촬영 동의가 있어 동의율은 66%였다.

특히 월별 수술건수와 동의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10월 수술 144건 중 76건 53% ▲2018년 11월 161건 중 98건 61% ▲2018년 12월 141건 중 86건 61% ▲2019년 1월 216건 중 138건 64% ▲2019년 2월 172건 중 125건 73% ▲2019년 3월 168건 중 107건 64% ▲2019년 4월 190건 중 161건 85%로 증가 추세를 보여 80%를 넘었다.

이에 경기도의료원은 2019년 5월부터 수원‧의정부‧파주‧이천‧포천병원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확대했으며, 이들 병원에서 총 4,958건의 수술 중 3,309건의 수술에서 CCTV 촬영 동의가 있었다.

정 원장은 “수술실 CCTV는 의사를 감시하는 것이 아닌 (수술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관련 법안이 빨리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환자단체 등 소비자들과 법조계는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고, 의료계만이 설치에 반대했다.

우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촬영 시 환자 동의 필수 ▲환자 수술 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것이 아닌 수술실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촬영 ▲촬영 영상은 임의로 볼 수 없어야 하며 의료법에 규정된 목적으로만 열람 가능 ▲수술실 CCTV 설치 외 수술실 내 의료사고 피해 방지책 마련 등의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을 법률로 강제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미국 일부 주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을 위한 입법 활동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미국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좌초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지만 외국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사고의 입증 필요성 때문”이라며 “만약 우리나라처럼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 수술실 성폭행 등 범죄행위와 인권침해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이슈화됐다면 미국 의사협회 반대에도 입법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의료계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리혀 전세계 최초로 만들어 우리나라 수술실이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환자 인권이 보호되는 수술실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역시 “수술실 CCTV 설치는 유령수술이나 대리수술을 없애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수술장면을 녹화할지 결정하는 것은 의식없이 누워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이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맡기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수술실 내 범죄행위를 근절하고 환자의 권리와 의료인의 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의료계, 국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와 국회는 국민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상록 강신하 대표변호사는 “의사가 수술과정에서 의료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현행 민사소송법은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부담하게 한다”며 “우리나라는 소송과정에서 소지하고 있는 증거를 전부 제출하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가 없다. 진료과정상 모든 자료를 의사가 가지고 있어 환자는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피해와 의사의 진료상 과실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제도가 도입된다면 의료소송분야에서 증거개시제도의 흠결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강 변호사는 “최근 경기도 시범운영결과 부작용이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수술한 의사는 손쉽게 의료과오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고 환자도 수술과정의 알 권리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 오히려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안막아…의무화는 안돼

반면 의협을 대표해 참석한 송명제 대외협력이사는 ▲환자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로 CCTV 촬영을 하는 것은 진료계약 관계에 있는 환자로부터 근로감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인격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되고 ▲CCTV 설치는 결국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결과를 초래해 의료인의 사기 저하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통해 수술을 동반하는 과목 전문의 기피 현상 심화로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송 이사는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침습이라는 위해성 있는 행위를 전제하고 있음에도 단순히 환자가 희망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당초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등 의료분쟁을 확대시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송 이사는 “CCTV를 수술실 내부에 설치해 촬영할 경우 환자의 내부장기 또는 신체의 특정부위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등 환자의 동의 또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인식하지 못한 사생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이사는 “CCTV 설치와 관련해 유출 위험성이 적다고 하는데, 정보가 쌓이면 유출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주취자가 하루에 한명 이상 오는 응급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 이사는 “의협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의사들에게 하지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설치하고 잘 운영하면 된다. 운영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다만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 이사는 “경기도의료원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도 수술실 CCTV 잘 운용해 환자가 더 많이 찾길 바란다. 환자단체에서도 수술실 CCTV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문제가 없다고 홍보해 설치된 곳에 환자가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다만 수술실 내 CCTV가 설치되면 손이 떨릴 것 같다는 의사들에게까지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박재우 사무관은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실무적인 부분을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무적인 고민으로는 ▲수술실 내 영상을 촬영하는 기기를 CCTV로 한정할 것인가 환자 휴대폰 등도 허용할 것인가 ▲수술실 영상을 촬영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의료사고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의료사고 해결 수단이 안된다면 그 다음 문제는 무엇인가 ▲환자가 원할 때만 촬영할 것인가 아니면 수술장면을 다 촬영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 등을 언급했다.

박 사무관은 “개인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 의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술실 촬영한다고 제대로 못하면 의사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수술실 CCTV 설치가 누군가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 후) 의사 판단에 따라 술기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복지부는 어떤 입장인지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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