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임재준 교수 “‘오프라인 강의가 낫다’, 13.6% 불과”
“온‧오프라인 혼합교육, 의학교육에 적극 활용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행된 의과대학 비대면 수업에 대해 학생들과 교수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비대면 교육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온라인 강의가 더 낫다’고 응답한 교수들은 열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서울의대 임재준 교수(의학교육실장)는 최근 발간된 ‘서울의대 코로나 19 과학위원회 뉴스레터’를 통해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 비대면 수업은 최소한 2020년 2학기까지는 지속돼야 하고, 2021년까지 연장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비대면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는 지난 2월 24일부터 학사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의학과 2, 3, 4학년은 이미 개강해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한 서울의대는 비대면 수업을 위한 동영상 강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녹화하거나 강의용 슬라이드에 음성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강의 영상을 마련해 서울대 eTL(e-Teaching & Learning)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수업은 Zoom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 강의로 진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서울대가 운영하는 eTL 시스템은 개별 학생들이 얼마나 강의 동영상을 시청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출석을 최종 학점에 부여하는 과목의 경우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모든 강의를 시청했으나, 출석을 학점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는 학년별로 시청률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의학과 1학년의 경우 95%가 넘는 시청률을 보였지만, 의학과 2학년의 경우 70~85% 정도로 파악됐다”면서 “출석을 반영하는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강의 동영상을 작동시키고도 실제로 시청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촬영한 동영상을 제공하는 형식의 비대면 수업의 시청률은 70~80% 정도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고 평했다.

또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예상보다 좋았다”면서 “의학과 1학년 기초의학 과목의 경우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온라인 강의를 선호한다’는 의견이 60%(약간 선호 40%, 매우 선호 24.4%)를 넘었다”고 전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 방식 중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사전 촬영해 제공하는 방식을 훨씬 선호했는데, ‘Zoom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가 낫다’고 응답한 학생은 6~7%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강의 만족도 역시 2019년 같은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 만족도 ▲명확한 교육목표 제시 ▲강의간 유기적 연계 ▲강의분량의 적절성 등 모든 척도에서 더 나았다 것.

그리고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더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동영상 수업을 시청하다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으며 되돌려보거나 잠시 멈추고 다른 자료를 찾아보며 학습할 수 있다는 점과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서 편안히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교수들의 의견은 학생들과 달랐다.

임 교수는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보다 낫다’는 (교수들의)의견은 13.6%에 불과했다”면서 “(교수들은)온라인 강의 중에서도 실시간 강의를 훨씬 선호(61.3%)했는데 이 경향도 학생들과는 반대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성취도와 관련해선 “지난해와 비교해 대부분 과목에서 성적 차이가 없었다”면서 “다만 다른 기초의학 과목과는 달리 해부학 성적만 조금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삼분의 일로 나눠 실습을 진행하느라 한 학생당 실습 시간이 줄어든 게 해부학 성취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비대면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전문가들은 혼합교육(Blended learning)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교육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수업 효과를 향상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교육법”이라며 “쉽게 말해 교육자가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나 실시간 화상강의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 등을 제시해 학생들이 각자 미리 공부한 후 직접 만나 토론, 발표, 질의 응답 등 상호작용을 통한 배움의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2016년에 출판된 Liu Q 등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의료인에 대한 교육의 경우 혼합교육은 온라인 교육이나 대면 교육으로만 이뤄진 교육에 비해 지식 획득을 80%나 높였다”면서 “혼합교육의 효과에 대한 증거들, 의학분야 온라인 자료의 다양함, 대면 수업 시간을 줄여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 전파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혼합교육이 의학교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혼합교육의 개발, 온라인 피드백과 토론을 위한 적절한 플랫폼 구성, 교수법 교육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임 교수의 생각이다.

아울러 “혼합교육을 바탕으로 증명된 효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도입되지 않았던 역진행 학습 (Flipped learning), 팀 기반 학습 (Team-based learning), 증례 기반 학습 (Case-based learning)등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을 조금 더 효과적인 학습체계를 갖추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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