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 소송서 심평원 손 들어줘…“비급여 청구도 안돼”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암환자 등에게 시술하는 혈맥약침술 대해 대법원이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 해당되는 만큼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혈맥약침술을 시행한 한의사는 과다본인부담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부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가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혈맥약침술 관련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심평원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심평원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암환자에게 혈맥약침술 치료를 하고 92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심평원은 지난 2014년 3월 혈맥약침술이 기존 약침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받은 920만원을 반환하도록 결정했으나, A씨는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법원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시술대상·시술량·원리 및 효능발생기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 법원에서는 한의학적으로 기존 약침술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매우 없거나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는 점에서 약침술과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산삼약침으로 불린다. 한의사는 환자의 위팔을 고무줄로 압박해 정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 20~60㎖를 시술한다.

결국 파기환송법원 및 대법원은 혈맥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인 혈맥약침술과 인체로 주입되는 혈맥약침액에 대한 안전성·유효성까지 인정받아야 한다고 보고, A씨가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혈맥약침술 시술행위만이 아니라 인체 내로 주입되는 혈맥약침액의 안전성·유효성까지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심평원 이강군 법규송무부장은 “한방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취지상 기본적으로 의료행위로서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을 갖춰야 함을 확인해줬고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우회해 혈맥약침액을 비급여로 징수할 수 있는 길도 허용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향후 이번 판결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며 또한 신의료기술 평가와 관련한 다른 유사 사례에 많이 인용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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