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장 지낸 정기석 교수 “독립성 확보해줘야” 청 승격 필요성 강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그 필요성에 절감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 교수(호흡기내과)도 그렇다. 정 교수는 31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국무회의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무늬만 차관”이라며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다가 청에서 처가 됐다. 식약청을 식약처로 올린 이유는 식품, 약품 등을 관리하는 곳으로 우리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그냥 저렇게 두는 게 맞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31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늬만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움직이지 않는 지방 조직”

정 교수는 “산림청과 병무청도 지방청이 다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없다”며 “국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 핵심 기관의 장은 차관급이라고 해도 무늬만 차관이다. 인사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공무원 조직은 인사권이 없으면 따라오질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장에게는 인사권이 없다. 6급 이하 공무원 전보권만 있다”며 “중간 핵심 간부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는 건 무슨 일을 하자고 할 때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이든, 처이든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복지부 1년 예산이 50조원 정도 되는데 그 중 질병관리본부 예산은 6,900억원 정도다. 그나마 3,000억원은 예방접종 사업비이고 나머지 예산으로 다른 질병들을 다보는 셈”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이번 코로나19는 운이 좋았다. 방역당국도 잘했지만 국민들도 마스크 쓰고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해서 그렇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청이나 처로 승격되면 산림청이나 병무청처럼 지방청을 둘 수 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지역관리본부가 있었지만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역학전문가를 뽑으라고 했지만 뽑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어떻게 다 하는가. 지역의 특성은 그 지역이 잘 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국에 있는 보건소가 250개소 정도고 질병관리본부에서 평소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일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 말을 안듣는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이기 때문”이라며 “지방 조직이 같이 움직여줘야 일을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더 큰 생각하도록 브리핑은 실무진이 해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매일 오후 직접 브리핑을 하는 상황에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초기에는 정 본부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실무자들이 해도 된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앉아서 더 큰 생각을 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어떤 일이 가능한지, 항체검사는 얼마나 가능한지, 개학 후 아이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는 학교보건 업무도 따로 떨어져 있어서 질병관리본부는 학교에서 독감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며 "질병관리본부가 포괄적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을 키워야 신종감염병 등을 잡을 수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에는 감염병연구센터, 생명의과학센터 등이 있고 많은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한 교민들이 진천에 2주 동안 머물렀을 때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파견 나가서 도시락을 날랐다. 정부 내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대접해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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