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 빠른 이유②] 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 “민관 협력 중요”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단검사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너무 빠르게 도입된 코로나19 검사법이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코로나19 검사법은 민감도(sensitivity)가 95% 이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단기간에 준비해서 시행한 검사법이 아니라는 게 자신감의 근거다. 민감도는 어느 정도 유병자를 선별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민감도가 높으면 위음성(false negative)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의미다.

진단검사의학회는 메르스(MERS) 사태 이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새로운 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 신종감염병을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는 검사법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다. 민간의료기관들의 진단검사 능력은 20년 넘게 진행해 온 정도관리로 검증해 놓은 상태였다.

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세브란스병원)는 지난 24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rRT-PCR(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qRT-PCR) 검사법 준비 과정을 설명하며 진단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성능평가 등을 여러 번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TF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세브란스병원)는 지난 24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18일만에 코로나19 rRT-PCR 검사법을 민간기관까지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부터 신종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고 하는데, 어떤 준비를 해 왔나.

신종감염병 진단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던 게 메르스다. 지난 2014년 국내에도 메르스 진단검사법이 개발돼 있었다. 문제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만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모든 검사를 질병관리본부로 보내서 했고 진단 시간이 지연되면서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했다. 환자들이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병원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검사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해야 한다.

-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단검사를 하지 못했는가.

민간의료기관에서 쓸 수 있는, 표준화된 진단시약이 없었다. 민간기관도 쓸 수 있는 진단시약을 개발할 때까지 메르스 의심환자의 검체가 질병관리본부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책 방향도 그랬다. 메르스 진단법을 개발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 당시 경험을 교훈 삼아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관 진단검사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감염병분석센터를 신설하고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진단검사의학회와 함께 신종감염병 진단검사법 개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어떤 준비를 해 왔는가.

국내에 환자가 없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진단키트는 시장성이 없어서 개발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선 진단시약을 빠르게 개발하고 평가해 임상현장에서 쓸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진단시약의 성능을 평가할 때 흔히 2~3단계를 거친다. 처음 단계에서는 불활화된 바이러스(inactivated virus)나 합성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synthetic oligonucleotide)를 이용해서 기본적인 성능을 평가한다. 불활화된 바이러스가 가장 좋지만 없다면 표준물질이 있어야 한다. 표준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항원항체검사법은 그래서 개발하기 힘들다. 분자진단법은 유전자 염기서열(시쿼스)만 있으면 검사 대상을 합성할 수 있다. 기본 성능까지는 합성해서 평가했다.

그렇게 되면 실제 해당 신종감염병이 국내에 들어 왔을 때 검사법에 대해 알고 있으니 기본성능 평가는 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기본성능 평가한 걸 이용해서 빠르게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다. 긴급사용승인제도도 도입했다.

또한 진단검사의학회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가 함께 진단검사법을 평가하는 작업을 해 욌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지카 바이러스 진단검사법 등을 평가해보면서 체계를 잡았다.

-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은 언제부터 준비했는가.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바이러스 진단검사법에는 분자진단법, 항원항체법, 세포배양법이 있다. 세포배양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대용량 검사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바이러스를 분리해서 다른 작업에 쓰는 목적으로는 좋지만 통상적인 진단검사로는 부적절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리고 항원항체법이 분자진단법보다 뛰어나다는 문헌을 본적이 없다. 인체 내에서 특정 감염병에 대한 항체가 생기려면 2~4주 정도 걸린다. 지금 당장 환자를 진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쓸 수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 진단검사에는 분자진단법을 쓴다. 현재까지 가장 정확한 검사법이기도 하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분자진단법과 신속진단법이 있는데 신속진단법의 민감도는 분자진단법의 70% 정도다.

- 분자진단법인 rRT-PCR 검사법을 개발하려면 유전자 염기서열(시퀀스)를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rRT-PCR 검사법도 중국이 코로나19의 유전자 정보를 공개한 이후에야 가능했던 것 아닌가.

중국이 코로나19(SARS-CoV-2)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하기 전까지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분자진단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이 코로나19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자 우후죽순처럼 검사법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도 대응해야 했다. 그동안 마련한 일련의 제도를 통해서 분자진단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1월 20일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확진됐다. 그날 바로 진단검사의학회는 코로나19대응TF를 구성하고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와 기존 분자진단법을 검토하고 평가해 최적의 검사법을 선정했다. 독일에서 개발한 분자진단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실험법이기도 하다. 이걸 기반으로 코로나19 rRT-PCR 검사법을 개발했다.

- 여러 분자진단법 중 독일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여서 변이가 심하다. 분자진단법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표적 부위 돌연변이(target site mutation)에 의한 위험성이 생기면 안된다. 그래서 변이가 심한 분위를 표적으로 삼으면 안된다. 그런데 많은 검사법이 변이가 심한 N유전자 쪽을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분자진단법이 대표적이다. 독일 분자진단법은 그렇지 않았다.

-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 오류 논란이 있었는데 그 원인도 거기에 있는가.

이혁민 이사는 코로나19 검사법과 진단시약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교차 평가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미국은 진단시약을 사용하는데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시약 여러 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반면 중국은 초기 진단시약업체가 난립하면서 문제가 많았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진단시약을 쓰다 보니 코로나19 검사 민감도가 50%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 국내에서 출시된 진단시약에는 결함 등 문제가 없는가.

다 풀어줘 버리면 우리도 똑같이 진단검사에 대혼란이 일어나고 관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긴급사용승인제도를 활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27일 진단검사의학회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국내 진단시약제조업체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시약을 만들어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모인 업체들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4개 업체가 진단시약을 만들어서 제출했다. 하지만 성능 평가 결과 3개 제품은 진단에 문제가 있어서 1개 제품만 통과했다.

- 진단시약 평가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이 쓰는 RT-PCR 장비가 다르다. 그래서 두 장비에 다 맞춰서 평가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 3곳과 질병관리본부에서 업체가 제출한 진단시약을 교차 평가했다. 기본적인 성능 평가를 하고 그 자료를 근거로 임상에서 쓰기 힘들다고 판단한 3개 제품은 떨어지고 1개 제품이 선정됐다(2월 4일에는 코젠바이오텍, 12일에는 씨젠, 27일에는 솔젠트와 SD바이오센서가 개발한 코로나19 rRT-PCR 진단시약 제품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평가할 때 합성 RNA 바이러스를 사용해서 1차 성능 평가를 했다. 임상에서 사용해야 하는 진단시약이기 때문에 실제 바이러스로도 평가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생겼고 그 환자의 검체를 활용해 다기관 평가를 했다.

제한된 자원으로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검체를 업체에 나눠주고 성능을 평가한 결과를 제출하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굳이 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평가를 나눠서 진행했다. 제한된 자원으로 민감도 높은 진단시약을 선정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지금도 양성 검체를 모으고 있다. 연구 목적도 있지만 우리 검사법을 더 개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 검사기관도 빠르게 확보했다. 지난 7일부터 46개 민간기관에서 코로나19 rRT-PCR 검사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총 77개소가 하고 있다.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에서 외부정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 진단검사실은 매년 외부정도관리를 받는다. 진단검사 질이 유지되고 있는지 평상시에 항상 확인한다. 진단검사의학재단은 검사실을 직접 방문해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한다. 우수 검사실은 2년마다. 일반 검사실은 1년마다 실사를 나가서 평가한다.

검사기관들이 자체적으로도 정도관리를 한다. 검사할 때마다 양성대조, 음성대조 물질을 넣어서 확인하는 건 기본이고 진단시약이 바뀔 때마다 예전에 쓰던 시약과 성능을 비교 평가한다.

이처럼 진단검사의학회가 검사기관 정도관리를 위해 노력한 지 2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 진단검사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처럼 MD(Medical Doctor)가 진단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 진단검사 역량을 갖춘 민간 기관이 많아서인지 코로나19 검사가 하루 1만5,000건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하루 최대 검사량을 3,800건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격차가 큰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 양국 대처가 완전히 달랐다. 우리나라는 당시 PCR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보급 받은 기관이 엄청 많다. 반면 일본은 간이키트로 대응했다. PCR 검사 역량을 갖춘 기관이 많지 않다. 일본보다 우리가 검사 기반이 잘 돼 있다. 일본은 민간기관의 역량 확보도 안 돼 있고 긴급사용승인제도도 없다.

-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급증하면서 신속진단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로서 분자진단법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법은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신속진단법을 개발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일부 업체가 신속진단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신뢰도에 의문이 있다. 일본이 코로나19 신속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6개월 안에 개발하라고 해서 하겠다는 업체가 없었다.

- 현재 사용하고 있는 코로나19 진단법이 불안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불안하다는 근거가 빈약하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진단검사법은 단 시간 안에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 민감도는 최소 95% 이상이다. 진단검사의학회에서 중앙판정단을 운영해 일부 애매한 결과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100% 완벽한 검사는 없기 때문에 Ct값을 봐도 애매한 경우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의가 모여서 논의해서 정할 예정이다.

- 코로나19 환자 중에는 rRT-PCR cycle threshold(Ct) 값이 양성과 음성 경계선을 오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양성이어도 전염력이 없는 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나온다(Ct값이 낮으면 바이러스 수치가 높다는 의미다).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에 가장 앞서 있는 그룹이 독일에 있다. 메르스 진단검사법도 개발한 기업인데, 이 팀이 코로나19의 경우 Ct값 31 이상이면 세포 배양했을 때 감염력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임상적 민감도도 감염력으로 평가해서 Ct값 31을 기준으로 끊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세포와 인체 감염력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또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또 Ct값이 비교적 정확한 값이긴 하지만 검사에 따라 1~2 정도는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31이 32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쩔 수 없는 검사의 한계다. 버퍼존 없이 Ct값 31일 기준으로 감염력을 평가하기 애매하다. 진단시약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Ct값 35를 기준으로 양성을 판단한다.

Ct값은 진단시약 제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돼 있지 않은 값이다. A제품에서 Ct값 35가 B제품에서는 얼마를 의미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걸 표준화해서 결과를 볼 필요도 있다. 그래서 검체 1mm당 바이러스가 얼마나 나오는지 환산하는 작업을 오는 3월 중순 쯤에는 시작하려고 한다.

- 메르스 이후 신종감염병 진단검사 분야에서 많은 준비를 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가.

나중에 복기해보면 아쉬운 점들이 나올 것이다. 아직 복기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계획이다.

현재 아쉬운 부분은 전산시스템이다. 검사결과 집계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필요하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감시체계 데이터로도 필요하지만 검사 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은 전산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서 수기로 하기 때문에 로딩이 많다. 조만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도록 분석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이미 분석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가야 한다. 학회 혼자 했다면 민간기관 검사역량 확대가 힘들었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양성 검체를 모아주고 RNA 정도 관리 물질을 만들어줬기에 가능했다. 평가시스템도 함께 만들었다. 앞으로도 같이 가야 한다. 민관이 함께 힘을 모으면 감염질환에 대응하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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