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올라온 ‘리서치게이트’, 과학자들 SNS 성격…“과학적 근거 하나도 없다” 비판

‘리서치게이트(Research Gate)’라는 사이트에 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7만명을 넘게 감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리서치게이트(Research Gate)’라는 사이트에 중국 화난(華南)이공대학 교수가 올렸다는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내용은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출지로 지목된 실험실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질병예방통제센터다.

그리고 그 근거는 코로나19 숙주인 쥐터우(菊頭) 박쥐가 우한에서 900km 떨어진 윈난(云南)성 등에 서식하며 식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한 정부 당국 보고서나 우한시민 증언을 종합해도 화난수산시장에 쥐터우 박쥐를 팔지 않았다고 했다.

우한질병예방통제센터가 2017년과 2019년 실험용으로 박쥐를 잡았는데 쥐터우 박쥐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쥐터우 박쥐를 이용한 실험 후 버린 쓰레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게시물 내용이 홍콩과 영국 등 일부 외신에 보도됐고 한국 언론도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중국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리고 게시물은 ‘논문’으로, 사이트인 리서치게이트는 ‘글로벌 학술 사이트’로 보도되면서 관련 논문이 정식 발표된 것처럼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을뿐더러 해당 내용이 게재됐다는 사이트도 학술지가 아닌 과학자들의 SNS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더나은사회실험포럼 소속인 미생물학자 문성실 박사는 “리서치게이트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링크드인과 비슷하다. 개인 이력과 논문을 공유하는 곳으로 어느 과학자도 리서치게이트를 레퍼런스로 내지 않는다”며 “기사에 나오는 저자들 정보도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실험실 유출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이 어느 곳이 거리가 가깝느냐 정도”라며 “적어도 유출된 실험실에 들어가 직접 확인하거나 유출된 폐기물 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 박사는 “박쥐가 바이러스 창고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고 인수공통바이러스를 찾기 위해서 채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전세계 바이러스 연구자들이 하는 일”이라며 “코로나19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자는 “리서치게이트는 과학자들끼리 사용하는 SNS 정도로 동료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아니다”라며 “‘The possible origins of 2019-nCoV coronavirus'라는 게시물이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글인데 논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서는 이미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 없는 주장을 주요 언론들이 과학적 근거를 갖춘 논문처럼 보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의 게시물에 대해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쓰레기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잘못 전달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바이러스 유출지로 지목된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지난 16일 공식 성명을 내고 “가짜 정보가 세간에 떠돌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 연구소에서 나온 환자는 없다(patient zero)”고 일축했다.

코로나19 유전자에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같은 부분이 존재하며 인위적인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던 논문이 철회되는 일도 있었다.

인도 연구진은 지난 1월 31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Uncanny similarity of unique inserts in the 2019-nCoV spike protein to HIV-1 gp120 and Gag’라는 논문을 올렸다. 하지만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이 나오자 지난 2일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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