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권역별 38개소에 ‘신속진단키트’ 보급…생물안전 2등급 갖춘 검사실 있어야
전문가들 “모든 국민에 진단검사 시행할 수 없어…방역당국 지침 잘 따라 달라”

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RT-PCR) 검사가 전국의 38개 국공립병원과 민간병원, 8개 수탁검사기관 등 총 46곳으로 확대돼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는 물론 의심환자 등에 대한 감염여부 판단이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검사 적용 대상을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 또 의사의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자로 확대함에 따라 감염여부를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하루에 신종 코로나 감염여부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건수는 3,000건이다. 기존에 비해 15배 정도 늘어난 수치지만 검사를 위해서는 장비와 숙련된 인력, 감염예방을 위한 정도 관리 등 엄격한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당장 많은 양의 검사가 몰리더라도 한꺼번에 소화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등으로 감염을 우려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검사가능 의료기관으로 몰릴 경우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검사 우선순위를 정해 차츰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rRT-PCR 검사, 38개 대형병원 및 8개 수탁검사기관서 우선 시행

질병관리본부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를 보급한 의료기관 38개소와 수탁검사기관 8개소를 공개했다. 진단검사 수요와 감염증 확산 정도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검사대상은 가장 위험성이 큰 집단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평가해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38개 의료기관은 권역별로 서울권 18개소, 부산권 1개소, 경기권 8개소, 인천권 1개소, 광주권 1개소, 대전권 1개소, 강원권, 2개소, 충북권 1개소, 충남권 1개소, 전북권 1개소, 경남권 1개소, 제주권 2개소 등이다.

이들 의료기관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체 또는 바이러스의 안전한 취급을 위해 정해놓은 생물안전 기준과 작업별 생물안전 세부기준을 충족한 곳들이다.(관련기사: 신종 코로나 민간 검사 앞서 ‘생물안전 기준’ 마련).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의 경우 생물안전 2등급(Biosafety Level 2, BL2) 실험실을 갖춘 곳에서만 시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검체 채취 및 검사 의뢰는 124개의 보건소에서도 가능하다. 검체 채취는 전문 의료인이 개인 보호구를 갖추고 선별진료소 등 검체 채취 지정장소에서 시행해야 한다. 검사를 위해서는 ▲하기도(가래 배출) ▲상기도(비인두와 구인두에 면봉으로 채취)를 통해 2개의 검체를 채취한다.

(자료제공: 질병관리본부)

병원들, 자체적으로 검사기준 세우고 준비 박차

신종 코로나 신속진단키트가 보급된 병원들은 해외여행자들이 몰려들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진단검사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환자 선별에 나서고 있다.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완료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시간 정도로 각 의료기관에서 하루 동안 소화할 수 있는 범위도 최대 20명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온다고 하더라도 모두에게 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병원에서는 의사 판단 하에 감염 우려가 높은 환자들을 선별하고, 그 환자들을 우선으로 검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오늘부터 할 수 있게 됐지만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검사를 시행하도록 병원 방침이 내려졌다”고 했다.

처방시스템 준비안돼 진단키트 당장 사용 못하는 병원들

그러나 처방 시스템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기관들도 있다.

사례정의가 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이 6일 오후 확정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부랴부랴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처방을 위한 전산코드를 마련해 6일 밤 관련 기관들에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 진담검사 처방 코드를 받은 의료기관은 밤새 내부 전산 시스템을 개선해야 했다. 이 작업이 늦어지는 기관은 검사 처방도 늦어진다.

신종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는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진단 검사를 처방하려면 코드가 있어야 한다.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한 비급여 처방 코드도 필요하다”며 “처방 코드를 심평원으로부터 6일 밤에 받았다. 의료기관마다 사정이 달라서 이번 주말을 넘겨야 내부 전산망에 코드를 신설해 신종 코로나 검사를 처방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오지 말아달라”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가 보급돼 빠르게 검사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자칫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중국인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신종 코로나 의심 증세가 있다며 무작정 검사를 해달라는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은 무조건 병원으로 와 검사를 해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 노홍인 의료정책실장은 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조기진단과 전파차단을 위해 가장 위험성이 큰 집단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평가해 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검사를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진단검사를 적용할 수는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유전자진단법은 시약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검사를 시행하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개별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3~6시간 걸린다"면서 "더욱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검사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환자들부터 검사를 시행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작 시급히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시기를 놓쳐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 교수는 "진단검사에 우선순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확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그룹(중국 여행력)과 중국의 환자발생국 여행 후 증상이 심각한 사람부터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해외여행 이후 마음이 불안하고 복잡하더라도 방역당국의 지침과 의료진의 설명에 잘 따라주길 부탁한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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