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국진 회장 “위원회가 수면 예비 인증의제 일방적‧독단적으로 진행…기득권 보호 목적"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수면다원검사 예비 인증의제 시행과 관련해 정도관리위원회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은 지난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의사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수면 예비 인증의제는)기존 전문의에게 새로운 자격을 요구하며 이를 3년마다 평가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가 적지 않다”면서 “이는 일부 사람들이 가진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 1일부터 수면다원검사에 대해 급여를 인정받기 위해선 검사 전에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을 받고 보건의료자료통합신고포털에 인력 및 기관 신고를 해야 한다.

정도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홈페이지를 오픈하며 수면다원검사 교육이수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수면관련 수련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 받고 관련 서류 심사 후 실기평가를 통과’하거나, ‘최근 3년 이내에 수년다원검사 기본교육평점과 임상교육평점을 각 10점 이상씩 취득하고 관련 서류 심사 후 실기평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현 제도는 새로 자격을 부여받고자 하는 전문의의 경우 급여화 시작 후 최소 2년 6개월 이상 경과해야 첫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더욱이 인증의나 세부 전문의 과정이 아님에도 정도관리위원회가 권한을 벗어난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한된 교육등록 인원으로 해당과의 전문의들이 모두 자격을 취득하려면 20년 이상의 기한이 소요된다”면서 “무엇보다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해당과의 전문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그런 절차들이 생략된 채 정도관리위원회가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제도 시행은 일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충분히 상의해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비인후과학회 조양선 이사장도 “(정도관리위원회에서 수면 예비 인증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을 보자고 하는데 시험은 학회의 고유한 업무”라며 “더욱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에서 ‘수면에 관해 6개월 이상 펠로우를 하면 시험을 면제해주자’고 하는데 어떤 자격으로 펠로우를 하고 교육기관이 어떤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정의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정도관리를 하겠다는 건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펠로우를 한 사람들에게 시험을 면제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학회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다른 과들과 의견들이 부딪히면서 (세부사항)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대한이비인후과학회 조양선 이사장, 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이종선 공보부회장

한편 박국진 회장은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규정’ 개정에 있어 일차의료기관에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경증 질환을 확대하는 동시에 상급병원에서 다뤄야 할 질환의 예시는 삭제하는 방향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규정’은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환자의 의료 이용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지난 2011년 6월 24일에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보건복지부는 표준업무규정 중 의료기관 종별 권장질환의 예시를 개정하고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회장은 “상급병원에서 다뤄야 할 질환으로 예시된 질환들의 대부분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병원·종합병원에서 다뤄야 할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예시된 ‘전정장애, 청각장애, 비출혈’ 등은 60% 이상이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되고 있고, 이는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 해당 질환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질환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상급병원에서의 진료가 필요한지의 여부는 질환의 중증도, 환자의 특성 및 응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차진료 담당의의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에 의한 게 합리적이지 규정에 적시된 질환인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는 저비용-고효율 의료제도의 근간은 접근성 높은 일차의료기관의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양선 이사장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질환과 관련한 과의 전문의만이 상급병원으로의 의뢰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일괄적으로 진단명으로 중증과 경증을 분류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같은 진단명이라도 간단히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은 과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며 “예를 들어 중이염을 의뢰할 때 이비인후과 의사가 중증이라고 판단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할 수 있지만 소아과나 가정의학과 등 다른과에서 의뢰를 할 때는 상종으로 하지 말고 같은 개원가로 의뢰해 이비인후과 의사가 진료를 하고 그 결과가 중증일 때만 상종으로 의뢰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이비인후과 질환의 경우 다른 과에서 보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의원급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80%가 넘는다”면서 “일부 국민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크게 봤을 땐 대부분 수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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