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사전은 아기를 낳는다는 뜻의 분만을 ‘labor’로 표기한다. 출산은 여성들의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고통이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여성들은 산통의 경험을 말할 때 “하늘이 노래졌다. 내가 죽나보다 할 때 아기가 나왔다”고 하고, “자동차가 몸 위로 뭉개고 지나는 통증을 느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임신 소식을 들어 기쁘지만, 아기를 어떻게 낳을까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도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한 여성들을 보면, 대략 6대 4의 비율로 자연분만이 더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연분만은 57.7%였고 제왕절개분만율은 42.3%였다.

하지만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들은 오히려 늘고, 자연분만은 줄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3년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은 임산부는 16만1,031명으로 전체 출산의 37.6%를 차지했지만 이후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38.0%(16만4,123명), 39.6%(17만1,855명)로 증가하고, 2016년에는 42%로 늘었다. 반면 자연분만은 2013년 26만6,863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9만6,963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출생아 1000명당 제왕절개 건수는 394.0건으로 터키(531.5건)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OECD 국가와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제왕절개 분만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의학전문 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은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매년 4%씩 늘고 있다.

2000년에 태어난 1억3,200만명의 신생아 중 12%인 1,600만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나, 2015년에 태어난 1억4,100만명의 신생아 중 21%인 3,000만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제왕절개 분만이 늘어나는 이유는 고위험 임신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늘면서 늦은 결혼으로 35세 이상 고위험 임신부가 증가했다는 얘기다.

고위험 임신은 일반 임신에 비해 기형아 출산율과 임신중독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산모와 태아 건강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출산 시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우선으로 권유한다.

자연분만이 산모나 아이에게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자연분만은 제왕절개와 달리 개복 수술을 하지 않아 산모가 감염될 가능성도 낮다. 과다 출혈과 장협착, 마취에 따른 합병증, 배변기능 약화, 요로감염 위험성도 낮다.

자연분만은 항생제와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모유수유도 안전하다. 출산 후 자궁 수축이 빠르고 체력도 단기간에 회복된다.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산모는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연분만은 태아에게도 좋다. 아이는 좁은 산도를 통과하며 양수와 분비물을 토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기압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겨 출산과 동시에 폐로 활발하게 호흡할 수 있다. 아기는 산도를 통과하며 생긴 면역력으로 비염과 아토피에 걸릴 확률도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제왕절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산모와 태아 건강을 보장해주는 만큼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출산 방법이다. 특히 산모에게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있거나 태아 위치가 역아 또는 진둔위이며 몸무게가 과도하게 많이 나갈 때는 제왕절개가 필요하다.

제왕절개는 산모 골반에 이상이 있거나 조기 진통, 태반 조기 분리, 태아 위치 이상으로 인한 난산, 출산 중 태아 심박동 이상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실시한다.

출산에 대한 공포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도 적지 않다. 의료기술 발달도 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제왕절개 시 커다란 절개 자국이 남았지만 요즘은 흉터 없이 수술한다. 또한 후유증이 줄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737회 -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선택은?> 편에 출연, “이론적으로 보면, 첫째 아기를 제왕절개로 해서 둘째 때도 자연분만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파열의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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