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리자 “감염관리비 받는 환자는 관리하면서 직원들은 왜 안하나”

의료기관에서 직원 감염관리를 맡고 있는 간호사 출신 보건관리사들이 보건관리업부가 과중한 상황에서 더이상 전문성 없는 감염관리까지 맡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료법에 따라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두고 있는 의료기관에서도 직원 감염관리를 보건관리사에게 맡기는 것은 전문성과 효율성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사)한국산업간호협회와 함께 국회에서 ‘의료기관 직원 감염관리의 효율적인 접근방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직원 감염관리의 효율적인 접근방법 세미나'에서 의료기관 보건관리자협의회 한미숙 부회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의료기관 직원 감염관리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의료기관장은 사업을 할 때 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병원에서는 이를 보건관리자를 채용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의료기관 직원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의료법에서는 200병상 규모 이상의 병원 및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기관장이 병원감염 예방을 위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관리자들의 주장은 의료법에 따라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두는 의료기관에서도 직원 감염관리는 보건관리자들이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담긴 조항을 의료법으로 옮겨 감염관리 전담인력이 직원 감염관리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원광대학교 최은희 교수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감염관리업무 담당자 131명과 의료기관 근로자 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직원 건강관리 업무를 누가 담당하느냐’는 질문에 ‘보건관리자’라고 답한 비율은 74%, ‘감염전담간호사’라고 답한 비율은 12.2%, ‘없다’고 답한 비율은 6.9%였다.

이에 대해 의료기관 보건관리자협의회 한미숙 부회장(제주대병원 보건관리자)은 “보건관리자가 감염관리말고도 할 일이 많다. 의료법에서 규정한 감염과리실이 있는 상황에서 왜 우리가 직원 감염과리를 해야 하나. 전문성을 무시하고 왜 우리에게 맡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병원에 감염병환자가 오면 우리에게 보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감염관리실로 보고된다. 우리는 그 환자가 어떤 병동에 입원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감염관리는 감염관리실에서 맡아야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보건관리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감염관리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의료기관이 감염감시료를 받게 되는데, 이걸 받을 수 있는 환자 감염관리는 감염관리 전문인력이 하고 이와 상관없는 직원 감염관리는 보건관리자에게 맡기는 게 말이 되나”라며 “실제 업무는 보건관리자가 하는데 성과만 빼먹는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정부는 의료기관 내 업무분담과 관련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수근 교수는 결국 의료기관 내 업무분담은 의료기관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건관리자의 경우 대부분 간호사 출신인데, 병동에서 아픈환자를 돌보던 성향이 있어서 동료 근로자의 감염관리업무를 자신의 업무로 인식하게 되면 확실하게 하고싶은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제도적으로 찾을 것이 아니라 현장 의료기관의 장이 판단해 업무를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구 사무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과 의료법에 모두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분담을 법으로 정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사무관은 “양 쪽 법에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누가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실무적인 영역이다. 비슷한 민원이 오는 경우는 해당 사업주가 업무분담을 적절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다”며 “업무분담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는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관은 “감염관리실 현장점검을 하다보니 (보건관리자와 감염관리 전담인원 사이에) 업무협조가 잘되는 병원도 있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도록 인원이나 지원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관리자는 산업장 근로자들에게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보건전문요원으로 ▲의사 ▲간호사 ▲위생관리기사 1급, 환경관리기사 1급 이상 자격 취득자 ▲4년제 대학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교에서 산업보건 또는 환경위생 관련 학과를 졸업한 자 ▲전문대학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교에서 산업보건 또는 위생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산업보건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자로서 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이 실시하는 교육을 받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한 자 등이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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