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전체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CP팀은 매출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괴롭다"

국내 제약사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Compliance Program)담당자들이 한숨과 함께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CP담당자들이 회사 내부에서 왕따(?)를 당한다더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담당자에게 직접 들으니 고초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제약업계에서 윤리경영이 화두인 상황에서 많은 제약사들이 부랴부랴 CP팀을 꾸렸고 대대적인 홍보도 하고 있지만 일선 실무자들의 업무상 부침은 꽤 큰 모양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사 임원급 회의에 참석할 때면 항상 영업마케팅부로부터 "CP팀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한다"는 타박을 받기 일쑤다.

오죽하면 CP팀 사람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씹히는 팀'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내뱉을 정도다.

이쯤 되면 욕까지 들어가면서 굳이 CP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매출을 올려야 하는 영업마케팅 부서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활동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CP부서와의 갈등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영업마케팅부서는 매출 압박으로, CP부서는 위법 가능성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마치 창과 방패 같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CP팀의 목적이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약업계는 지난 2014년 7월 대대적으로 윤리경영을 선포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이르기까지 제약업계를 지속적으로 옥죄는 환경에 맞서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조인의 말을 빌자면, 최근 리베이트 수사 경향은 ‘깐 데 또 깐다’이다.

공정위, 복지부, 검찰, 식약처 등 유관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하던 것을 넘어 국세청 등 또 다른 정부기관이 수사를 한다. 먼지가 안날 때까지 턴다고나 할까.

단순히 리베이트 제약사로 낙인찍히고, 행정처분을 받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게 바로 CP팀이다. 초기 불량을 잡지 않으면 100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페덱스의 법칙'에서 초기 불량을 잡는 게 CP팀이다.

무엇보다 CP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CP팀의 원활한 운영은 예산, 인력, 오너의 의지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가능하다. 구색맞추기 식으로 경영지원팀에 CP 업무를 맡긴다거나 기존 부서에 추가 업무를 주듯 맡겨서는 안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CP팀의 중요성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