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남두현] 제약사가 술을 '말아 먹자'고 권한다. 한독의 '큐탄주'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큐탄주'는 숙취해소음료인 레디큐 2병과 소주 1병을 섞어 마시는 것으로 한독은 지난해부터 레디큐 페이스북 공식 계정 등을 통해 이같은 레시피를 홍보해왔다.


▲ 숙취해소음료인 레디큐에 소주나 에너지음료, 이온음료 등을 섞는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는 한독 레디큐 페이스북 남두현 기자

지난 2014년 출시된 레디큐는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turmeric, 울금)에서 추출한 노란색 향신료인 '커큐민(curcumin)'을 주성분으로 한 숙취해소 음료다. 달콤한 맛 등을 앞세워 헛개 중심의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서 지난해에만 300만병 이상을 판매했다.

'커큐민'은 여러 연구를 통해 항암, 항종양, 항염증, 간보호, 숙취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는 성분이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선 커큐민이 담낭 수축을 일으키거나 간폐증후군 환자의 저산소혈증과 직립성저산소혈증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커큐민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돼 섭취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카제인나트륨' 등과는 달리 일일섭취허용량이 설정돼 있는 성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한독이 홍보하는 레시피를 따라 과음할 경우엔 자칫 커큐민 섭취허용량을 넘어설 수 있다.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문가위원회인 JECFA(Joint FAO/WHO Expert Committee on Food Additives, 국제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는 커큐민의 일일섭취허용량을 3mg/kg으로 제한했다. 몸무게가 60kg인 경우 1일 180mg이 허용치인 셈이다.

그런데 소주 1병에 레디큐(커큐민 함유량 50mg) 두병을 섞는 한독의 레시피 대로라면 소주 1병에 커큐민은 100mg, 소주 2병엔 200mg으로 섭취량이 올라간다.

한독의 레시피 중엔 에너지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제조법도 있다. 데낄라와 레디큐, 에너지 음료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인데,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음료의 경우 각성효과로 많은 음주를 유도해 주량을 훌쩍 뛰어넘는 과음을 유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독은 올해 레디큐의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 이상으로 잡고 있다. 이같은 목표를 위해 큐탄주 마케팅이 성공한다면 '숙취해소'보단 '과음'이 레디큐의 성공 키워드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커큐민이 독성이 없고 안전한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제약사가 술을 권하는, 그것도 과다복용 위험이 있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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