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청년의사 신문 임성수] 최근 암종 별로 3~4기의 암환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암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료 과정에서 암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환자 인터뷰는 안타까운 사연 탓에 잔상이 오래 간다.


환자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인터뷰를 잘 이끌어 내기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감정적 부분에만 몰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인터뷰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서 분량은 많아지지만 정작 보고서에 쓸 내용이 없어질 수 있어서다.

기억에 남는 암환자가 한 명 있다. 수술 그리고 2번의 재발 후, 3개월 정도 살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난 후 환우회 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접한 신약을 수소문해서 처방 받았다. 비급여 신약이라 비용부담이 엄청났지만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직장에도 복귀했다. 직장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을 벌어야 약값을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다행히도 최근에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한동안 전혀 사지 않았던 옷도 사고 휴대폰도 새 것으로 바꿨다고 필자에게 보여줬다. 엄청난 비용 부담이지만 돈을 벌어서라고 계속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고 단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딸 아이 시집 보낼 때까지 사는 것이라고 했다.

몇 일 전 그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본인에게 필요한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되는 시점을 혹시 필자가 먼저 알게 된다면 꼭 연락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제약관련 일을 하니 그런 정보를 그들보다 빨리 얻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절박한 심정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우선은 알겠노라고 했다.

암환자 또는 그들의 보호자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고 공유가 신속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공유하는 정보들의 일부는 정확하지 않은 것들도 꽤 있어서 걱정이다. 주치의 몰래 받은 민간 요법이 더 효과가 있다고 정말로 믿기도 하고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의사에 대한 원망이 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그 원인은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것이거나 의사가 한 설명을 환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다. 진료 시간이 짧아 궁금한 것을 다 질문할 수 없는 것도 애달파 한다. 의료 상황이 이러니 의사들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급여 여부를 논하기 전에 환자들이 얻는 정보와 진료시간 만이라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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