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가능 행위 나열 가능성 커민간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 나서면 국민부담 증가 비판도 제기돼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직 거의 없다. 정해진 것은 오는 3분기까지 복지부가 의료행위와 의료행위가 아닌 건강관리서비스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2월 17일 발표 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 앞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의견수렴과 자문 등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민간 보험사(이하 보험사)도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보험사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고객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제공 형태가 ‘직접’이 아니라 ‘간접’이다. 자회사나 사내 부서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서비스 회사에 아웃소싱하는 형태이기 때문인데, 복지부 계획대로라면 향후 보험사가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사내 부서를 신설해 직접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런 점을 이유로 들어 복지부의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대책이 보험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이 보험사의 배를 불릴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험사가 직접 하지 못했던 건강관리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험사는 건강관리서비스에 뛰어들까

건강관리서비스가 보험사에 허용된다고 해서 모든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회사를 만들거나 사내 부서를 만드는 곳도 있을 것이고, 지금처럼 건강관리서비스회사에 아웃소싱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건강관리서비스 보험사 허용 발표가 있은 후 의료계가 술렁인 것은 보험업에서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자신들에게 허용된 건강관리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복지부의 결정이 이런 시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보험 시장 중에서 의료보험과 생명보험은 그 성격이 좀 다르다. 의료보험은 가입자가 건강하게 생활해야 보험사에 이득이다.

생명보험은 의료보험보다는 환자의 건강과 연관성이 적지만 보험료를 모두 납부한 가입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 보험사에 이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투자 여력도 있고 어차피 지급금액이 동일하다면 시간이 갈수록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상품마다 다를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가입자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보험사에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면 보험사는 옆에서 이를 도와야 한다. 우리와 보험체계가 다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것이기도 하다.

의료계 혁신을 이야기 할 때 많이 소개되는 사례들, 이를테면 노인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관리서비스회사에서 보험 가입자를 찾아 발톱을 깎아주거나(카펫 등에 발톱이 걸려 넘어지지 않게), 과체중 가입자가 체중관리를 잘 할 수 있게 전자 체중계(올라가면 바로 결과가 전송되는)를 보내주는 것 등은 모두 건강관리서비스의 일종이다.

건강보험 가입했는데 건강관리는 내돈으로?

환자나 일반인 모두 평소에 건강관리서비스를 꾸준히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국민 건강(우리나라 국민의 민간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국민 건강’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을 지키기 위해 이런 분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맞다.

문제는 보험사는 이런 서비스를 개발해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고, 일부 서비스의 경우 약관에 담아 보험료를 더 받는 형태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보험가입 등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 후자가 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에 의무 가입한 상태에서 자비로 민간보험에 가입한 것도 모자라 건강관리서비스도 ‘내 돈’ 내고 받아야 한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에 확대하겠다는 복지부는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보험사가 어떤 형태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 분명하게 해달라는 건의는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어디까지 가능할까

복지부가 만들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복지부는 호기롭게, 의료행위와 건강관리서비스 영역을 분명히 나눠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당연하게도 양쪽이 혼재된 ‘그레이존(gray zon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인 (주)에임메드 이영준 대표는 복지부가 혼재된 시장 상황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과 건강한 사람에 필요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환자와 건강한 사람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이런 것을 명확히 알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중간에 위치한 그레이존에 대한 분류가 핵심이 되겠지만, 그레이존은 사람에 따라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은 활성화해야겠고 성과는 내야겠는데, 논란이 심하니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러면 상당히 비겁한 협조”라고 덧붙였다.

체중관리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서비스인 동시에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도 중요한 솔루션인데, 단순히 ‘체중관리’라는 건강관리서비스는 만성질환자도 쓰니까 의료행위라는 식의 분류를 할 경우 오히려 현 시장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 만들어질 가이드라인의 경우, 초안을 잘 잡아도 향후 공청회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수정돼 초안이 최종안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의료계에서도 결국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계 새로운 시장 창출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정도가 돼야 동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그레이존에 대한 네가티브 방식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경우 시장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해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는 시대에 그레이존을 너무 정의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좀 ‘말랑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이미 있는 것 정리하는 수준”

복지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가이드라인 아웃라인을 보면 이런 업계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은 새롭게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행위와 상관없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나열하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선언적인 내용을 담을지, 아니면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하나하나 나열할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의료영역이 아닌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런 이런 것이 있다는 식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건강관리서비스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운동, 식단 등 주로 생활습관 개선 중심이 될 것이며, 새롭게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그레이존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체중관리나 금연서비스의 경우 환자가 활용하느냐, 건강한 사람이 활용하느냐에 따라 목적이 다를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 건강관리서비스 제도권 편입이 관건

의료계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반대하는 이유는 ‘비의료인’이 건강관리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전문가가 아닌 사람 손에 맡기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에 대한 논의는 종종 있어왔지만 그 때마다 건강관리서비스의 명확한 규정을 하지 못했던 국내 상황을 생각하면,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혈당?혈압?산소포화도 관리 등 환자에게만 필요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차치하고 체중관리, 전화상담(이 부분은 원격의료와 엮이기도 한다) 등 건강한 사람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넓게 봤을 때 궁극적으로 의료에 영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준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 제도권 내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시장에서 해야 하며, 정부에서는 이를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의학적 근거가 명확한 건강관리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 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면 궁극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라는 것이 어차피 ‘환자’에까지 사업영역을 넓히지 않으면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에임메드는 자신들이 개발한 ‘음성인식 기반의 당뇨환자 관리서비스’ 솔루션을 기반으로 분당서울대병원과 임상을 진행, 관리서비스를 받은 환자의 당뇨관리가 더 용이했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지난해 말 이를 담은 논문이 ‘Scientific Reports’에 실리기도 했다.

현재 에임메드는 이 솔루션에 대한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현 제도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만 의료기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앱을 웰니스기기로 허가받을 경우 일반에 판매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에임메드는 이 앱을 의료기기로 등록하고 인정비급여까지 받아 의료기관에서 ‘처방’ 형태로 판매할 수 있길 바란다.

이런 식으로 ‘근거가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모델이 제도권 내에 한발을 걸쳐야 큰 파장을 일으키고 향후 비슷한 모델이 등장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임의비급여가 될 경우 판매되는 앱 가격 중 일부가 병원 수익이 된다) 의료기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에임메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환자가 나쁜 습관으로 약을 먹는 것을 개선해주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가가 있는 행위 외에는 개입할 여지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의료계에서 이 시장을 보지 않은 것”이라며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말라버린 시장, 현실적인 도움 필요

국내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은 이미 마를 대로 마른 상황이다. 수년 전 10여개 업체가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체가 축소됐다. 대기업이 참여했던 한 업체는 대기업 계열사의 한 부서가 됐고, 인수합병 당한 한 회사도 지금은 거의 정리단계다.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면 사내 법무팀에서 제동을 거는 통에 사업이 녹록치 않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건강관리서비스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 등이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미 죽어가고 있는 시장을 살리는 것은 적극적인 치료뿐이다. 복지부가 마련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은 잘 만들어봐야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미 체중관리, 운동관리, 음식관리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찾아서 각종 서비스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그거 해도 되는 것’이라고 해봤자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정부가 정말 건강관리서비스를 살기고 싶다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투자를 하고 만들어진 기술에 대해서는 신속한 허가를 통해 시장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준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 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보험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정도를 돕는, 시장 활성화보다는 면피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진짜 시장 활성화를 바란다면 시장이 생동감 있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용하면 환자 케어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기술개발 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관련 심사와 허가를 진행할 때도 관련 전문가를 활용해 새로운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간에서 개발한 건강관리 솔루션을 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이처럼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주장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이정도 충격파가 아니면 말라가는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에 대해서도 큰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보험과 관련한 것은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다만 업계에서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거를 만들기 위한) 업계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침으로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업계가 모두 각각의 우려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복지부는 가이드라인 만들기도, 이와 관련된 시장 혼란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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