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P 시술 받은 101명 감염…최초 민원 제기되자 PRP 기기 모두 없애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다나의원보다 많은 101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된 원인이 주사기가 아닌 특정 시술에 쓰는 키트를 재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가혈시술(PRP;Platelet Rich Plasma, 혈소판풍부혈장)을 위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할 때 쓰는 키트를 재사용했다는 것이다. PRP 시술은 원심분리로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시술이다.

원주시보건소는 지난해 4월에 이어 11월 추가 민원을 통해 PRP 시술로 C형 간염이 감염됐다는 의심을 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PRP 시술은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지난 2012년 신의료기술평가가 반려됐다. 때문에 치료목적으로 PRP 시술을 하고 진료비를 받으면 안되지만 개원가 등 일부에서는 비급여로 시술하고 있다.

이에 원주시보건소는 한양정형외과의원의 진료기록부 등을 조사한 결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 의원에서 PRP 시술을 받은 환자 927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와 일일이 대조해 PRP 시술자의 10.9%인 101명이 C형 간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양정형외과의원은 PRP 시술을 받은 후 C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최초 민원(2015년 4월 7일)이 제기된 후 20일 만인 2015년 5월 27일 자진폐업했다.

한양정형외과의원을 운영했던 A씨는 폐업 후 강원 지역 다른 병원에서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원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C형 간염 관련 민원을 받은 다음 날인 4월 8일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해 역학조사를 했을 때는 이미 원심분리기 등 PRP 장비는 반품하고 없었다”며 “당시 원장이었던 A씨는 일회용 주사기나 키트 등을 재사용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민원을 제기했던 환자들의 경우 한양정형외과의원 외에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았고 C형 간염 유전자형도 달라서 역학적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지난해 11월 추가로 민원을 제기한 환자는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PRP 시술을 받은 이후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의료계도 재사용한 PRP 키트가 C형 간염의 감염원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PRP 시술을 하려면 환자의 혈액을 뽑아 원심분리를 해야 한다. 그때 키트를 사용하는데 이게 플라스틱이어서 소독이 안된다”며 “키트도 당연히 일회용으로 한번 쓰고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키트 하나에 50만원씩 했지만 요새는 가격이 많이 내려서 2만~3만원짜리도 있다고 들었다”며 “PRP 시술이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정형외과 등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기보다 PRP 시술 때 쓰는 키트를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키트를 재사용하면서 PRP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PRP 시술에 쓰는 키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50만원 짜리를 재사용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PRP는 환자의 혈액을 원심분리해 혈소판을 추출한 후 그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시술로, 개원가에서는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는 PRP 시술을 ‘피부 속부터 재생을 유도하는 미용 시술법’으로, 정형외과에서는 퇴행성관절염, 연골손상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인 시술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PRP와 필러나 줄기세포 등 다른 시술을 함께 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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