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한치가 문제…의료기기에 한의학적 이론 담아야”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양방(의학)으로 진단하고 한방으로 치료한다’는 ‘양진한치(洋診韓治)’. 최근 한의계의 트렌드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한의사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진한치를 고집하는 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갖고 있는 A원장의 말이다. A원장은 의과대학 졸업 후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복수면허자로, 의원을 운영하면서 한방진료도 하고 있다.

A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초음파 골밀도 측정 시연을 통해 양진한치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도 했다.

- 한의협 김필건 회장의 초음파골밀도 측정 시연이 오진 논란을 낳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끄러운 일이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한의협 회장이 보여줬다.


-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의미인가.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다고 본다. 단 조건이 있다. 법적으로 허용된 면허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방 진료를 하는 데 의료기기를 쓰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의사들이 양방(의학)진단을 위해 의료기기를 쓰려고 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면허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조건이 있다.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의학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양진한치라고 해서 양방으로 진단하고 한방으로 치료하고 싶어 한다. 이게 문제다. 진단이라는 과정 자체가 진료에 포함된다.

-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한의학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가.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간과 의학에서 이야기는 간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현재는 한의학과 의학이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이 크다.

어느 날 알고 지내는 한의사가 한의원을 인수했는데 그곳에 초음파기기가 있다며 사용법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초음파로 무엇을 보고 싶어서 그러느냐고 했더니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고 하는데 초음파로 간이 나빠지는지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간이 나빠지는 걸 보려면 혈액 검사를 해야지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쓰고 싶다면 그 의료기기 안에 한의학적인 이론을 담아야 한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쓴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 한의협은 한의대 교육의 75% 이상이 의대와 유사하기 때문에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따지면 간호사도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한의대 과목에 의대 과목이 거의 다 들어와 있지만 질병에 대한 의학적인 진단 후 치료는 한의학적으로 가르친다. 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는지 배우지 못하다보니 엉뚱한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한의대의 공부량은 의대의 절반 정도다.

- 한의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학 교육의 수준은 어떠한가.

의학은 해마다 최신 지견이 바뀐다. 하지만 한의대에서 가르치는 의학 교육의 수준은 1980년대 수준 밖에 안된다. 한의대에서 가르치는 의학교육이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것이다. 의학 교육 부분을 꾸준히 업데이트 시킬 만한 능력이 없으니 한번 만들어진 교과서를 수십년째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의대 교수가 강의를 하면 그나마 최신 지견을 배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의대 교수가 그 옛날 자투리로 배운 내용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그 수준이 비참할 정도다. 한의대 내 교수층도 두텁지 않다.

- 한의대의 임상실습은 어떠한가.

한방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대부분 중풍 환자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환자군을 보지 못한다.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년 과정이 있지만 침구과도, 피부과도 모두 중풍 환자 밖에 볼 수 없는 환경이다. 레지던트 과정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한의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현재 한방 진료를 하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양방(의학)보다 한방을 더 좋아한다. 한의학이 제대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한의사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헐뜯고 무시하다보니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등을 넘보는 것이다. 상대방도 하나의 체계로 인정해줘야 한다. 박물관에 박제로 있어야지 왜 현실에 나와서 다니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으니 한의사들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서로 발전해야 한다. 비난은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 의료일원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의료일원화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처럼 한방을 하나의 전문과로 분류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한방과 양방(의학)이 나눠져 있으니까 서로의 영역을 무시하고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일원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도기 단계에서 기존 한의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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