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약대·외과대 연구팀, 치료실태 분석…"저위험군 처방 줄여야"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스트레스성 위장궤양 위험이 낮은 일반 입원환자에서도 위산분비억제제가 과다하게 처방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주대학교 약학대학·외과대학 연구팀(노유진, 이재명, 신수영)은 최근 한국임상약학회지 제25권 제4호에 실린 ‘스트레스성 위장궤양 예방치료제 처방남용에 대한 의료전문가의 인식과 지식 분석’ 연구를 통해 PPI(proton pump inhibitor) 계열 제제의 처방과 의료진의 인식 현황에 대해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선행연구를 통해 국내 3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입원기간 중 ‘스트레스성 위장궤양 예방요법’(stress ulcer prophylaxis, SUP) 목적으로 신규 처방된 PPI 가운데 환자 퇴원 시 적응증이 없음에도 지속 처방되는 빈도와 발생된 추가의료비용을 산출하는 후향적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총 4년의 연구기간 동안 8,379명의 환자가 입원기간 중 PPI를 신규 처방 받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처방받았는데, 4,410명(52.6%)의 환자들이 퇴원 시에 의료적 적응증이 없었고 이로 인한 총 의료비 손실은 4,400여만원이었다.

스트레스성 위장궤양은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한 후 24시간 이내에 상부 위장관 내시경검사를 실시했을 때 75% 이상의 환자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급성 위장질환으로, 국제 임상 치료지침에서는 고위험군에 위산분비억제제 기반의 SUP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06년 ‘Update on Stress Ulcer Prophylaxis in Critically Ill Patients’에서는 혈액응고장애, 48시간 이상의 기계호흡, 최근 1년 사이 위장관 출혈이나 궤양력 등 3가지 요인을 독립 위험인자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 즉시 위산억제제를 사용해 스트레스성 위장궤양을 예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2012년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에서는 PPI 계열 약물을 H2RA(histamine-2-receptor antagonist, 히스타민2수용체길항제) 보다 더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의사와 약사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일반병동에 입원한 저위험 환자에게도 H2RA를 포함한 SUP를 처방한다고 응답했고, 저위험 환자에게 SUP를 고빈도로 처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각하고 있었다.

의사 응답자의 31%는 SUP 고빈도 처방행위를 임상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일반병동 입원환자에 SUP를 신규 처방하겠다는 의사 응답자가 55.6%였다.

연구팀의 이번 후속 설문조사는 국내 3차 의료기관의 의료진 230명(140명 응답)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성 위장궤양 관련 리스크 인식과 임상지식 수준을 진단, 평가하기 위해 익명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의료기관 입원환자 가운데 3가지 독립 인자가 하나라도 없다면 스트레스성 위장궤양 발생 가능성 평가에서 저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이들 환자에게 PPI 등 SUP를 처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의료기관에서의 SUP 약물남용은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와 환자의 약물유해반응 위험 증가 등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PPI 등 위산분비억제제 약물 가운데 일부는 일반의약품으로도 구입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최근 이를 장기 복용했을 경우 C-diff 위막성 장염, 폐렴,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 간편화된 원내 SUP 전산처방시스템이 환자 퇴원 시 불필요하게 SUP 약물이 지속 처방되는 빈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고, SUP가 위장관 출혈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저위험 환자군에서의 처방남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위산억제제 처방남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의료팀 처방개선프로그램 운영과 전산처방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본 연구는 단일 의료기관의 의료진만을 대상으로 설문연구를 실시했고, 의료기관마다 치료지침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면서 “의료기관 내 SUP 처방패턴에 대한 분석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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