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상황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회 전체에서 전방위적으로 의료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하며 지금까지 의료계가 원격의료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복지부는 이참에 원격의료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어 3차 시범사업은 물론 관련 의료법 개정을 통한 현장 도입까지 거침없이 달릴 모양새다.

원격의료가 현실화될 경우 의료계,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 큰 변화가 올 것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체질변화도 불가피하다. 물론, 의료계 입장에서 원격의료는 막아야 하는 ‘절대 악’ 쯤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원격의료 확대를 주문한 마당에 의료계가 언제까지 이를 막을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병원계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특히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이 타깃인데,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한국보건행정학회 등이 앞장서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 시장 퇴출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이 질 관리, 수가체계 마련,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국내 거의 모든 의료계 문제와 연관돼 있으며, 이들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전달체계 개편 작업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돼 오는 7월이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기관 간 의뢰-회송 수가체계 마련을 위해 복지부가 실시하는 시범사업 대상자 공모에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80%가 몰리며, 향후 있을 변화에 대비라하려는 의료기관의 몸부림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굵직한 이슈들은 본질적으로 ‘의료계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의료계 입장에서 얼토당토아니한 요구가 계속된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결사반대 입장을 밝혀야겠지만, 원격의료의 경우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 퇴출의 경우 ‘왜곡된 국내 의료시장 재편’,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추진의 경우 말 그대로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의 명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런 요구들 중 일부는 의료계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 반대’가 아닌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전략적 사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의료계 내에 이런 전략적 사고를 납득시키고 퍼트릴 수 있는 리더십이다.

돌아가는 판이 심상치 않다. 의료계를 이끄는 수장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버버’하다가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등떠밀려 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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