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환자들에게 고가의 신약을 무상공급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배경이야 어쨌든 무상공급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기껏 칭찬받을 일을 해놓고도 쉬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제 ‘서튜러’를 보유한 얀센, 최근 C형간염 신약으로 ‘다클린자’-‘순베프라’를 내놓은 BMS와 ‘소발디’를 내놓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이같은 경우다.

신약을 출시하는 제약사들 중에선 일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데 보험급여 협상지연으로 당장 공급이 어려울 경우, 차상위계층 이하 혹은 의료급여 1, 2종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치료제를 무료로 공급하는 방식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약사가 환자의 생명을 놓고 협상을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든지, 보험급여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든지 등의 속내가 있기도 하지만, 약이 필요한 환자들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때문에 일부 제약사들은 자사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한껏 홍보하기도 한다.

반대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조용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환자들로부터 원성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길리어드가 소발디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떳떳하게 밝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길리어드는 차상위계층 이하 등을 대상으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결정하고, 최근 국내 관련 학회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해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했다는 사실이다.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들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자칫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길리어드로선 좋은 일을 하고도 그 일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억울할 법도 싶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