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병원 관절센터 박상은 교수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엄지손가락 하나가 없으면 손 전체 기능의 절반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손 부상을 가볍게 여겨서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관절질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의료기기와 시술이 발전되면서 무릎관절, 고관절 등의 하지 질환 및 골절이나 척추질환의 진료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부(手部) 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대전성모병원 정형외과 박상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다리나 허리 등이 아프면 즉각적으로 치료하면서도 손은 심하게 다치거나 절단되는 일을 겪고 나서야 소중한지를 안다”고 안타까워 했다.

과사용으로 인한 수부질환, 적기 치료 중요

손목 관절을 포함한 수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을 들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진료인원만 17만4,746명에 달한다. 2009년 진료인원이 12만3,998명인 것과 비교하면 5년새 40.9%가 늘어나는 등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인한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 외에도 척골 충돌 증후군,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한 수지 관절염, 모지수근 중수관절에서 발생하는 관절염, 굴곡건 협착성 건염, 드퀘르뱅병 등이 흔히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많이 하지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박상은 교수는 “손가락 및 손목 골절은 신체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절한 치료를 제 때 받지 않는다면 강직 및 변형을 초래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형외과 분야에서 근골격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가 아주 중요한 부분의 하나로 꼽히며 점차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또 손목관절 내시경수술은 현재의 개방적 절개술의 대안으로 여겨질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릉도에서도 찾아오는 환자들

지역 특성상 외상환자보다는 고령 환자들이 주로 찾는 대전성모병원의 관절센터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류마티스내과 등과의 협업이 잘되기로 소문났다. 척추질환 및 고관절 질환을 제외한 모든 관절 질환을 다루고 있는데 일주일에 약 500여명의 환자들이 센터를 찾는다.

주 치료분야는 회전근개 파열을 포함한 어깨관절 질환, 테니스엘보로 대표되는 주관절 과사용증후군 및 관절질환, 손목 관절 및 수지 관절 질환, 족부 및 족관절 질환, 무릎 관절의 퇴행성 질환, 섬유성 동통 증후군을 포함하는 근육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이다.

대전성모병원 관절센터는 같은 환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지, 이를 대체할 최신 치료법이 있는지 관절센터 의료진간의 협진을 거쳐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

이 때문인지 환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남다르다. 먼 지역에서 수년째 찾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적으로 의료진을 믿고 따른다.

박 교수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환자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3여년 전, 65세의 고령의 여성이 주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 수술을 할 때에는 상완골 원위부 소두 및 활차 관절내 분쇄 골절로 인해 개방성 정복술과 금속 핀 고정술을 한 경우였다. 하지만 수술 시 분쇄 정도가 심해 내고정이 견고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고정 도중에 내고정물이 이동해 고정에 실패했다.

결국 환자는 골 유합술 대신에 인공관절 치환술을 이용한 재수술을 시행받아야 했다. 관절내 분쇄 골절에 대한 치료로 주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은 선택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염증성 관절염에 시행하는 것보다는 장기적 결과가 확실히 보고돼 있지 않아 신중을 기해 수술을 결정해야 하며, 수술 후에도 재활과정 및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이 환자의 경우 재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인공관절 치환술 후 합병증 없이 완전한 주관절 운동 범위를 회복할 수 있어 매우 성공적이었다.

박 교수는 “수술 이후에 외래 진료를 하는데 재수술 당시 자녀들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가자고 설득했다던데 그래도 저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뿐이랴. 박 교수에게는 울릉도에서도 찾아오는 환자가 있다. 40대 후반의 여성인 이 환자는 테니스엘보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박 교수의 치료와 함께 늘 그가 강조하는 운동을 꾸준히 따라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많이 호전됐고 지금도 꾸준히 진료를 받으러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당신의 손, 아름답게 지키세요

박상은 교수를 즐겁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수부질환은 다양성 만큼이나 수술기법도 다 다르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박 교수는 주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최근 미국 연수에서도 메이요클리닉에서 인공관절 치환술을 포함한 주관절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Dr. Shawn W. O’driscoll 지도하에 주관절 생역학 및 질환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인공관절 기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주관절의 해부학적 구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인공관절 기구의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가능하다면 한국인의 형태에 적합한 인공관절 기구를 고안해 한국형 주관절 인공관절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또한 박 교수는 대전성모병원의 관절센터의 규모가 커져 다양한 환자군을 치료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센터는 현재 근골격계 관절 초음파를 가지고 있는데 향후 체외 충격파 치료기를 도입해 근육질환 및 건질환 등에 이용할 계획이며, 환자 치료를 위한 충분한 공간과 시스템을 갖춰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도 함께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박 교수는 환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손에 대한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인식이 개선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박상은 교수는 “손목이 겉으로 볼 때는 약간 부은 듯해서 가볍게 삐었다고 생각하지만 속을 보면 인대 손상 정도가 다 다르다”며 “손목은 굉장히 복잡한 관절로 그 안에 있는 수근골, 인대 등의 이상을 무시하다가 10여년이 지나서 전체 관절염으로 확산된 경우도 있고 인대수술도 못할 정도로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아침에 일어나면 단 5분만 투자해 세면대에 물을 받아 수 치료를 하라고 한다. 별거 아닌 듯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손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치료를 받으려 하지 말고 미리 손을 관리해 내 손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일종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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