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정밀의료는 환자들이 모두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일한 치료법에 대해 유전형을 포함한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환자들이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발전은 환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비단 개별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의 선택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식단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쎌(Cell)지에 이스라엘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됐다.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후 혈당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개별 환자의 특징은 혈액검사, 장내 미생물, 설문지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식단 관리, 활동량, 센서를 이용한 연속 혈당 모니터링 측정 등으로 파악했다. 그 결과 환자들마다 바나나, 쿠키 같은 음식에 대해서 혈당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며, 심지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밝혔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환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후 혈당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기반하면 혈당 조절을 위해 개인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까지 선별할 수 있다. 이 식단에 기반하여 ‘좋은 음식’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 조성도 바람직한 쪽으로 변화하며, ‘나쁜 음식’을 먹으면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이 연구는 향후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개별 환자에게 맞는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환자에 대한 입체적인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측정돼야 한다. 특히 병원에서 얻는 기존의 의료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측정되는 환자 유래 데이터까지 통합돼야 한다.

이렇게 얻은 다양한 종류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연구에서 5,435일간 얻은 혈당 데이터 포인트가 150만개 이상이다)숨겨진 통찰력을 얻고,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도출된 모델의 정확성 및 효과성은 철저한 조건을 갖춘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학과가 신설되고 연구 과제도 늘어나고 있다.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선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정밀 의료의 혜택을 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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