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의료가 공존하는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사랑방 주인 주영실 교수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정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커피숍과 박물관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어라, 내가 찾은 곳은 병원인데? 얼른 다시 문 밖으로 나가 건물 간판을 살펴봤다. ‘강·남·을·지·병·원’, 분명히 내가 찾은 목적지가 맞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지만, 뭔지 모를 찜찜함(?)에 안내데스크에 가서 굳이 “강남을지병원이 맞다”는 확답을 듣는다. 그제서야 올해 6월경 강남을지병원에 박물관이 개관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최근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표방하는 곳들이 많아졌지만, 박물관과 병원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직접 공룡‘뼈’들을 눈으로 보니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본래 목적인 5층 류마티스센터로 향했다.

이 곳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를 찾은 이유는 강남에 독특한(?) 류마티스센터가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류마티스센터에 들어서기 전부터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말이다.


▲ 주영실교수 /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

가로수 그늘 아래 ‘류마티스센터’
우선 강남, 그것도 압구정 가로수길 인근에 성형도 미용도 아닌, 만성질환인 류마티스센터가 문을 연 이유가 궁금했다.

“류마티스 질환이 포함된 근골격계 질환은 무척 흔한 질환이에요. 그러면서 특히 환자의 삶의 질을 나쁘게 만드는 질환이기도 하죠. 만성질환이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은 병원 문턱이 낮아야 합니다.”

강남을지병원 부원장이자 류마티스센터장인 주영실 교수(류마티스내과)는 경희의대와 미시간대에서 류마티스학을 전공한 류마티스전문의로서, 10년 넘게 서울 노원구의 을지병원에서 진료를 하다가 올해 7월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2차병원에서도 대학병원급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를 배치한 것이다.

주영실 교수가 진두지휘하는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의 진료 영역은 ▲류마티스관절염 ▲골관절염 ▲통풍 ▲루푸스 ▲강직척추염 ▲베체트병 ▲쇼그렌증후군 ▲골다공증 ▲섬유근통 ▲갱년기 관절염 등 다양하다. 이 중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척추염 등 자가면역질환이야 류마티스 전문가의 영역임을 익히 알고 있던 바지만, 골다공증이나 통풍 등이 포함된 점은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류마티스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우리나라에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수련을 받게 됐는데 임상 지도교수께서 ‘류마티스내과는 근골격계 질환의 내과 카운터파트(counterpart)다. 때문에 모든 근골격계 증상 및 질병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죠. 수술적인 치료는 외과의사의 몫이고 비수술적인 치료는 내과의사의 몫이라고 할까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근골격계 질환이라도, 환자의 수술 후 지속적 관리를 통한 삶의 질 유지를 위해선 내과적 치료가 동반돼야 하고 그 중심에 류마티스 전문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국내에서는 저수가와 의사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 때문에 류마티스 전문의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환자도 의사만큼 알아야 한다
주 교수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부분은 ‘교육’이었다.

“사실 (류마티스센터에서) 특별한 시술이나 검사를 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온라인으로 언제라도 최신 지견 등 치료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표준 치료가 가능한’ 시대에요. 어느 병원에서도 근거에 입각한 보편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가 않지요.”

대한류마티스학회 등 관련 단체와 류마티스 전문의들의 노력으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류마티스 질환은) 평생을 안고 가는 질환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의사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게 중요해요. 그런데,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에 비해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은 아직 교육 수혜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환자 교육이 중요한 이유죠.”

때문에 주 교수는 류마티스센터가 문을 연 후, 지역 환자와 의료진, 직원 교육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주 교수는 지역 의료진들과 정기적으로 류마티스 질환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 치료할 수 있도록 최신지견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고, 월례회의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자를 맞이하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병원 강당에서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류마티스 질환 공개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류마티스센터에서는 교육 전담 간호사를 두고, 환자가 진료나 검사를 받을 때나 진료 후 생활습관 교정 및 적합한 운동을 도와준다.

“류마티스 질환은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해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경우 관절 변형을 막기 위해선 발병 초기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중요하죠. 제때 진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들이 치료의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 교수는 조기 치료의 중요성과 함께 의사들이 신약 사용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기본 약제로 쓰이는 메토트렉세이트도 약 20년 전에는 신약인 셈이었고 함부로 쓰지 못하는 약이었습니다. 본시 항암제에 쓰이던 약물을 용량을 줄여 류마티스관절염에 사용했기 때문에 부작용을 우려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거리낌 없이 쓰잖아요? 최근 나온 생물학적제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결핵, 감염 등의 우려가 있지만, 효과는 분명하거든요.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최근 내원한 환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여러 의료 기관을 전전하며 건강식품과 민간요법에 의존하던 50세 여성 환자가 주 교수를 찾았는데, 이미 변형이 시작된 상태였단다. 이 환자는 7~8년 전 류마티스관절염이 발병했는데, 당시 생물학적제제 등을 조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면 관절 변형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주 교수는 앞으로 더욱 지역 의료진 및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센터를 만들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통풍, 류마티스관절염 클리닉에 골다공증, 인공관절 등을 더해 5~6개 클리닉을 더 만들 계획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강남 지역 최고의 류마티스센터로 자리매김하게끔 노력할 생각입니다. 치료에서는 최고지만, 고식적인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로부터 사랑 받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센터가 최종 목표입니다. 주민들이 언제나 들러서 문화생활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는 병원 같지 않은 병원 속의 류마티스센터 말입니다.”

하지만 주 교수가 그리는 강남을지병원 류마티스센터의 모습은 미래가 아닌, 이미 색이 칠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센터 내 진료실 밖으로 나서자, 편안한 카페같은 환자 대기실에 이미 몇몇 환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다.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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