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법안심사 미뤄져…내년 2월까지 처리 안 되면 폐기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경기도의회가 사전의료의향서 활성화를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효경 의원은 최근 ‘경기도 사전의료의향서 실천 확산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서는 연명의료란 말기 환자의 주된 병적 상태를 바꿀 수 없고, 말기 환자의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기계적 또는 인위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사용 등의 의료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연명의료 거부 사전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료의향서)를 17세 이상의 의사능력이 있는 사람이 죽음이 임박한 시기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미리 표명한 것으로 정의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말기환자가 처할 수 있는 질병의 상태 및 치료방법에 관한 사항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의 효과와 문제점 및 기타 연명의료 보류 등에 관한 사항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선택과 이용절차에 관한 사항 ▲연명의료를 보류하는 경우 죽음에 이르는 경과에 대한 사항 등에 대한 설명을 의사로부터 설명을 충분히 들은 후 작성하도록 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승인 절차를 거쳐야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했고, 다만 불의의 사고로 작성자가 승인할 수 없는 경우 보호자 및 대리인이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전의료의향서는 의식불명의 말기환자의 치료법에 대한 추정적 의사를 표시하는 참고자료로써 효력이 있도록 했고, 사전의료의향서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경기도의료원을 관리기관으로 지정토록 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효경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오랜 기간 동안 조례안을 준비해왔지만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관련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달 2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접수된 의견을 최종적으로 취합, 수정해 상위법과 충돌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의회까지 나서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목록에 올랐지만 오늘(30일)까지도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재원 의원 측은 19대 마지막 국회가 내달 9일 폐회되는 상황에서 내년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법안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후순위에 위치하면서 아직까지 논의가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복지부에서도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통과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고, 우리 측도 그동안 관련 단체의 이견을 조율해 온 만큼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어렵다면 내년 임시회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명의료법이 그동안 다른 법안의 시급성을 이유로 여러차례 미뤄져왔다는 점에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그동안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소위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심의순서를 결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 임시국회가 열린다 해도 총선 등의 일정 탓에 많은 법안이 처리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일찌감치 발의된 법안들의 경우 소위 위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아니라고 해서 심의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최근 복지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들을 보면 대다수가 법안소위 소속 의원들의 법안들 뿐”이라며 “이런 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국민들이 필요한 법안들은 사장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총 219건의 법안 중 법안소위 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119건으로 54.3%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이 28건(12.7%)으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19건(8.6%), 새정치연합 김성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 각각 12건(5.4%)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관계자는 “법안소위의 법안심의 순서에 대한 기준이 없다. 발의 순서에 따라 법안을 심사하던가 법안의 경중을 따질 때 그 기준을 명확히 해 심사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법안들은 폐기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안소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순서에 따라 뒤로 밀려 심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 뿐”이라며 “30일과 1일 법안 심의에 좀 더 속도를 낸다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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