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면허관리 강화 추진에 의료계 "자율정화가 강화돼야”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C형간염이 집단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은 원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은 후로는 원장 부인이 운영해 온 사실상 사무장병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나의원 K원장은 지난 2012년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을 받았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뇌변병장애 3급은 보행이 불편하고 일상생활동작도 상당히 제한된 사람이며, 언어장애 4급은 음성·언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음성·언어 기능에 현저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K원장은 혼자 일어서고 앉는 것도 불편해서 평소에도 원장 부인의 부축을 받아 일상생활을 해 왔다. 또한 발음도 어눌해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이에 원장을 대신해 원장 부인이 일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왔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배 부위 주사를 놓고 저주파 치료기를 부착하는 시술도 원장 부인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C형간염 감염 사실도 원장 부인이 먼저 파악했으며 간호조무사들에게 검사를 위해 환자들의 채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원장의 부인이 실질적으로 의원을 운영하고 관리해 왔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사무장병원”이라며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의사였다면 주사기 재사용 등과 같은 이런 일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나의원은 지역에서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정작 지역 주민들은 이용을 꺼려했다고 한다.

양천구에 사는 한 여성은 “진료를 받기 위해 한 번 갔는데 너무 더러워서 다시는 안갔다”며 “이상한 건 수액을 맞고 있는 중년 여성들이 엄청 많았다는 점이다.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까 다이어트를 위해서 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다나의원에는 주로 특정 종교인들이 방문했으며 원장 부부도 환자들과 같은 종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한다.

의료계는 이번 다나의원 사건이 비의료인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불러올 수 있는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면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 협의체를 통해 의료법상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점검하고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기준과 증빙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현재의 ‘면허신고제’를 ‘면허갱신제’로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오히려 이번 다나의원 사건이 공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 자정노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지난 27일 “(면허갱신제는) 뜨거운 감자다. 지금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금도 의료계 내에서는 잘못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에 자율징계권이 없다보니 중앙윤리위에 회부해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우리가 (자율징계권을 갖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를 부러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의사들 간 자정작용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런 자정작용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제도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며 “이런 잘못된 의료행위로 인해 전체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 개인이 아닌 전체를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의협도 연수교육(보수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지난해 12월 ‘연수교육평가단’을 구성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 그 결과물(‘연수교육 내실화 및 관리강화 방안’)을 327개 연수교육기관에 안내했다.

의협은 또 다나의원 원장 부인의 학회 대리출석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해 대리출석이 확인되는 경우 평점 승인 취소와 아울러 면허신고 취소요청 공문을 복지부에 보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