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지난 여름 기자는 인권의학연구소의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에 동행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22개 국공립·사립병원을 조사하던 중이었고 기자는 지방의 3개 병원 실태조사를 동행 취재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사전에 제출받은 서류를 참고로 실제 개별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취재에 동행한 3개 병원 중 2개 병원이 인권의학연구소로부터 ‘미흡’ 판정을 받았다. ‘미흡’ 판정을 받은 병원들은 격리실의 벽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환자를 뇌진탕으로부터 보호하지 못 했고, 벽에는 소변으로 추정되는 얼룩도 묻어 있어 심한 악취를 풍겼다. 강박 도구도 마찬가지였다. 유도 띠 등을 사용해 강박 당한 환자가 몸을 움직이면 강박 부위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악한 시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신병원 직원들의 인권의식 수준이었다. 취재에 동행한 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강박복을 다른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입혔다. 강박복을 입은 환자는 별도의 격리공간에 있지 않고 여전히 환자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인권의학연구소가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정신병원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권침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조사에 응답한 환자들 중에서는 간호사나 보호사가 격리·강박 과정에서 모욕을 주는 경우가 빈번했고, 인권이 제대로 존중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신병원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격리·강박 실태조사를 받은 정신병원 22곳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별도의 지원이 없는 사립병원이었다. 인권존중은 작은 데서부터 시작한다. 무턱대고 정부 지원만 요청하며 인권침해의 현장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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