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4대 중증질환 유전자검사 급여 확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암 및 희귀난치질환의 진단, 약제 선택, 치료 방침 결정 등을 위한 유전자 검사 134종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는 이번 급여 확대로 인해 연간 4만4,000명의 환자가 혜택을 보고 보험재정은 87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몇 년 전 미국의 유명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유전자를 검사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왔다며 유방을 절제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신기함’ 또는 ‘돈 있는 사람들의 유난스러움’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은 지금, 졸리의 사례와 맥락은 좀 다르지만, 우리 정부도 유전자검사 급여화를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의료행위의 급여화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생각하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개인 유전자검사가 이미 보편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산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 최근 개인 유전자검사를 비즈니스 영역으로 삼은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유전자검사에 대한 정부의 유연한 사고와 관련 업체의 발전이 결합한다면 한번 물꼬를 튼 유전자검사 급여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당장 급여화되는 유전자검사가 늘지 않더라도 유전자검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불확실한 것’에서 ‘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바뀌며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연한 ‘미래 의료’일 뿐이었던 유전자검사가 이미 급여권 내에 들어왔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은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현실에 맞게 의료계도 바뀌어야 하는데, 보수적인 의료계의 준비는 더딘 편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 19일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학술대회에서 강대희 이사장이 안젤리나 졸리 사례를 언급하며 미래의학에 대비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관련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의대생 교육이나 의사 연수에서 유전자검사 등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때다.

정부의 향후 역할도 중요하다. 급여화가 됐다는 것은 시장에서 ‘돈’이 되고, 수많은 관련 업체가 그 돈을 취하기 위해 몰려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여화 초기부터 근거가 부족한 유전자검사법을 들고 시장을 흐리는 업체들이 난립한다면 어렵게 시작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얼룩질 수 있다. 정부는 초기부터 강도 높은 관리감독을 통해 시장 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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