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나온 ‘일정 교육 후 의사자격 부여’ 내용에 회원들 반발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의료일원화 토론회’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한의계는 물론 의료계도 토론회에서 거론된 의료일원화 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료계 내부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은 의협 김봉옥 부회장(충남대병원장)이 발표한 면허통합 관련 내용이다. 교육과정 통합 후 통합면허(단일면허) 의사가 나오면 기존 한의사의 경우 원하면 일정 교육 후 의사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발표 내용이었다.

특히 토론회 이전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일정 교육 후 의사 자격 부여’ 부분을 발표 내용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추무진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 등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오히려 한의사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어 빼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추 회장은 모두 포함해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한의사에게 의사 자격을 주는 것에 대한 문제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료계 내부 반발은 거세다.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까지 거론될 정도다.

한 회원은 “한의사에게 의사와 동일한 자격증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의학과 의학이 엄연히 다른데 보수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준다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써도 된다’는 한의계의 주장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의사에게 의사와 같은 면허를 주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추 회장이 생각하는 의료일원화가 결국 이런 거였나. 아무리 정해진 게 없다고 해도 결국은 보수교육을 통해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주는 방식으로 결론 내리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회원들을 팔아먹고 있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추 회장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탄핵(불신임) 시켜야 한다” 등 격한 반응들도 나왔다.

의료현안협의체에 이미 제출됐다?…의협 “기본 원칙만 제시”

대한한의사협회가 의협의 의료일원화 방안에 반발해 공개한 문건 때문에도 논란이 일었다.

한의협이 공개한 문건은 의협과 대한의학회가 지난 19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의료현안협의체에 제출한 ‘의료일원화 추진 제안문’이다.

의협은 제안문을 통해 의료일원화 추진 기본 원칙으로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의사와 한의사 면허 통합하되 기존 면허자(의사, 한의사)는 현 면허제도 유지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 완수를 제시했다.

이어 ▲의료일원화가 공동선언되는 순간 한의대 신입생 모집은 중지하고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작업에 착수한다 ▲의료일원화가 완료될 때까지 의사와 한의사는 업무영역 침범을 중단한다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이원화제도의 부활은 일절 논의하지 않는다는 세부추진 원칙도 제안했다.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 제출한 문건에 ‘일정 교육 후 의사 자격 부여’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이미 답안을 만들어서 제출해 놓고서는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한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안건을 제출한 게 아니다”라며 “의료계가 의료일원화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지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의협 “협의체에서 의협 의견 거부했다”

한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발언을 반박하며 선을 그었다.

한의협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은 거짓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여러 번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며 “의협이 발표한 소위 일원화 원칙은 공청회에서 도출한 것이 아닌, 이미 지난 19일 협의체 회의에서 제시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의협은 “의협이 의견을 제출한 그 자리에서 ‘이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이라고 일언지하에 거부해 이후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현재 복지부에서는 양 단체의 합의문 제안서와 그에 대한 의견을 참고해 합의문 중재안을 제안, 양 단체는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의료일원화를 통해 한의사제도를 없애겠다는 추무진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해 했다.

한의협은 “추 회장이 공청회(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일원화는 한의사를 없애는 게 목표다. 의료일원화가 되면 한의사가 없어진다’라고 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몰상식한 발언”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만일 이 발언이 현재 의협의 입장이라면, 그동안 소위 일원화라는 것을 논의에 올린 진심은, 의료통합 문제를 국민을 위해 고민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와 한의협, 국회를 속이고, 정략적 수단으로만 삼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자세를 취할 것이라면 의료통합과 일원화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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