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주사기 재사용' 의혹에 의료기기업계 "개당 40원대인데…"

[청년의사 신문 남두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다나의원의 C형간염 집단 감염사태의 원인이 '주사기 재사용'인 것으로 알려지자, 관련업계에선 "후진국에서도 발생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일반주사기의 가격대가 개당 십원대로, 재사용을 해도 절감되는 비용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병·의원용 1회용 주사기는 40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안전주사기 관련 글로벌 법제화 상황(자료=벡톤디킨슨코리아) 남두현 기자

병·의원에 주사기를 판매하고 있는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1회용 주사기도 제품마다 가격이 다를 순 있겠지만 우리는 40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도 "주사기 가격이 워낙 낮아 대리점을 거쳐 중간마진이 많이 붙는다 해도 100원을 넘지 않는다"며 "다나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다나의원 감염 확인 대상자로 선정한 2,269명(2008년 5월 이후 이용자) 모두에게 한개의 주사기를 사용했더라도 비용 절감분은 고작 9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사기를 재활용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다른 다국적 의료기기사 마케팅 담당자는 "가격이 이렇게 싼데 왜 재사용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새 제품은 뜯어서 바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재사용을 하기 위한 (세척 등의) 과정이 이보다 복잡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쓴 주사기는 주사침이 주사기 몸통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재사용이 불가능하게끔 하는 안전주사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품군도 재사용 방지보단 주사침에 찔리는 사고를 예방하는데 제품의 목적이 있다"며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선 일반적으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집단 감염사태로 안전 주사기 사용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집단감염은 물론, 주사침 찔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안전주사기의 사용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관련 법령을 제정하거나 별도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주사기 가격은 검사료에 포함돼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병·의원들이 값싼 주사기만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에선 자상사고 방지 등을 위해 안전주사기 사용 등 안전기구 관련한 내용을 법제화했으며, 대만은 지난 2011년 '안전기구 의무사용 법안'이 국회에 통과돼 안전주사기 100% 사용을 목표로 매년 20%씩 사용률을 늘려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8년 5월 이후 다나의원을 이용한 2,269명 가운데 20% 가량을 검사한 결과, C형간염 감염자는 60명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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