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

[청년의사 신문 조승연] 시민의 열망이 모여 만들어지고 있는 병원이 있다. 지금 기초공사 중인 성남의료원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남시민들이 단체를 만들고 청원을 거듭하여 2,000억원의 자체예산으로 시립공공병원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역사상 시민운동으로 설립되는 최초의 병원이 될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최근에는 진안군의료원이 설립됐고 영주적십자병원도 공사가 한창이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대전, 울산, 부천 등 몇몇 도시에서도 공공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2 시립의료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인천시민의 바람도 확인된 바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데 필수적인 시설이 학교와 병원이다. 학교에서는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친다. 병원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시민들은 학교와 병원이 공동체를 위해 잘 작동하길 바란다. 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공공성이다.

이 가치는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에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 의료제도가 국가사회의 백년대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어떤 공공병원을 원할까? 2014년 보건복지부(지방의료원 공익적 비용 계측 및 경영컨설팅 연구 : 이건세 외)는 국민들이 원하는 공공병원에 대한 조사를 했다.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공공병원은 첫째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병원, 둘째 차별 없이 이용 가능한 병원, 셋째 우수한 의료서비스, 그 다음으로 불필요한 예산낭비가 없는 병원이었다.

이 조사에서 응답한 국민의 여론이 바로 현시점에서 공공병원이 갖추어야 할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설되는 공공병원을 둘러싼 논쟁의 대부분이 운영손실(적자)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도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수가로 운영되는 민간병원과 같은 재무구조이니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앞의 세 가지 요구 즉, 싼 가격에 모든 이들이 우수한 수준의 적정진료를 평등하게 받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가장 앞서는 것이고, 마지막 항목은 예산의 낭비를 막으라는 주문이지 예산을 투입하지 말라는 요구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많은 공공병원이 갖고 있는 한계는 단지 부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지어진 위치환경, 낡은 시설과 장비, 경영악화와 비전의 결여로 인한 우수한 의료 인력의 이탈, 능력과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는 잦은 원장교체 등이다.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복지부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의료원의 불가피한 착한 적자(공익적 적자)가 전체 손실의 60%에 달한다고 했다.

또한 국민들은 공공병원을 위해 매월 평균 약 2만4,000원이나 세금을 추가로 낼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사상누각 같이 힘없이 뚫리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현실을 보았고 지금 바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게 됐다.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공공병원 수와 규모를 늘리자는 국민의 요구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곳에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짓는 것은 정부가 국민보건의료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일 것이다.

호기롭게 진행 중인 공공병원 공사현장들을 보면서 수십 년간 쇠락해 온 대한민국의 공공보건의료에 새로운 활력이 넘치게 되고, 닫힌 진주의료원의 문이 다시 열리며, 계속 줄어들어오던 공공병원 숫자와 품질이 본격적으로 확충 고양되기 시작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바로 지금 서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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