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심의위 열고 인증 취소 결정…지누스 청구프로그램도 인증취소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약학정보원의 환자 정보 불법 수집 통로가 된 약국조제청구프로그램 ‘PM2000’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6일 오후 ‘청구소프트웨어 검사심의위원회’를 열고 PM2000 인증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약학정보원과 함께 적발된 의료정보시스템개발업체 지누스의 병원청구프로그램 ‘Phoenix’도 인증 취소가 결정됐다.


심평원은 청구프로그램 인증취소는 유례가 없는 만큼 약학정보원 대상 청문회를 개최하고 청문조서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 결과 이날 회의에서는 프로그램 인증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심의위 결과와 청문 결과를 종합해서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최종 결정은 심평원장이 내린다"고 말했다.

청구프로그램 인증 취소는 심평원장 재가를 통해 확정되지만 약사회 측이 이의신청기간(90일)에 행정심판 등을 제기할 수 있어 실질적인 집행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대한약사회는 전체 약국의 절반가량인 1만여 곳이 PM2000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인증 취소 시 이들 약국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보다 43억건 이상의 환자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판매한 만큼 인증 취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약사회가 차기 회장 선거 국면에 접어든 만큼 이번 PM2000 인증 취소 건이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제38대 약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3명 중 2명이 약학정보원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약학정보원을 설립한 김대업 후보는 환자 정보 불법 수집 기간에 약학정보원장을 지냈으며 이번 선거 공약으로 PM2000 회생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재선에 도전하는 조찬휘 후보는 재임 기간 환자 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으며 그 이후 PM2000 개편을 추진해 왔다.

의협 “PM2000 인증취소 당연”…청구프로그램 보안 강화는 개발업체가

대한의사협회는 PM2000과 지누스의 Phoenix 인증 취소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 업무가 의료기관에 부과되는 것을 경계했다.

의협 손문호 정보통신이사는 “이번 환자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의사들도 피해를 입었다. 의사의 동의도 없이 환자 정보가 유출됐고 판매까지 됐다”며 “지누스 청구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일부 의료기관들은 이번 인증 취소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는 이어 청구프로그램 개발 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발업체의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손 이사는 “이날 회의에서 인증 취소 건 외에도 청구프로그램 보안 관련 안건도 논의됐다”며 “기술적인 보안은 의료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개발업체가 담당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건의해 수용됐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청구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데이터 접근 권한, 개인정보 암호화, 접속 기록 등 보안기능 검사를 추가해 이를 통과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약학정보원은 PM2000을 이용해 환자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IMS헬스코리아에 판매한 혐의로 두 차례나 적발됐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환자 정보 300만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으며 올해 7월에 43억건 이상을 불법 수집해 16억원 가량을 받고 판매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