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충남대병원 김봉옥 원장 "대학병원이 개원가와 경쟁해선 안돼"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충남대병원이 지난달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충남대병원 비전선포식’을 갖고 오는 2018년 개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종시 개원가에선 이에 대해 기대 보다 우려가 크다. 환자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충남대병원 김봉옥 원장은 “대학병원, 국립대병원으로서 개원가와 윈윈하겠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또 세종충남대병원은 6인실이 아닌 4인실을 기본으로, 지역 내 공무원이 많은 특성상 스트레스 질환 치료 특성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에게 세종충남대병원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준비 상황은?

내년 상반기에는 기공식을 하려고 한다. 부지 정리는 다됐다. 2018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0병상 규모지만 세종에 입주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울 대형병원 못지않은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후 다인실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기준병상은?

세종충남대병원은 6인실이 없다. 4인실이 최다병실로, 전체 70%를 차지할 것이다. 6인실은 국내 상황과 전혀 맞다. 6인실은 과거 수십년전 한 방에서 모든 식구가 자던 시대에나 맞는 병실이다.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런 문화를 바꿀 것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할 때(2018년 예정)가 되면, 2인실도 급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병원들마다 제각각 ‘특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세종충남대병원은 어떤가.

소아, 산부인과를 특성화할 생각이다. 세종시는 인구 구성이 다른 시도와 다르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노령인구가 많은 반면, 새 입주민들은 젊고 아이도 있다. 중간이 없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공무원 남편 부임지로 내려오는 여성들도 많다. 이에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공무원들은 특별히 질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임을 감안해 수면클리닉 등을 활성화할 생각이다. 하지만 향후 인구 증가 등에 대비해 시급을 다투는 진료에 대한 투자도 할 생각이다. 인구 50만명 정도의 지자체에서 필요한 센터들은 다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 병원은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나.

현재 계획된 500병상은 교육부 펀드로 건립되는데, 그 뿐이다. 그 외 다양한 센터는 복지부에서 펀드를 받아야 한다. 일단은 기본 500병상 건물에 다양한 센터를 ‘레고’처럼 붙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응급을 다투는 심뇌혈관질환 환자의 경우 서울 대형병원으로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센터가 꼭 필요하다.

- 상급종합병원 지정도 고려하고 있나.

당장은 아니고, 몇 년 후에는 생각하고 있다.

- 의료계 내에선 의료진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충남대병원 인력만 생각하고 있진 않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연한 보수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종은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다. 실제로 충남대병원에서 인력 채용시 세종으로 갈 것을 전제로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

- 지방병원으로서 수도권, 특히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려는 환자들을 잡기 위한 대안이 있나.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대학은 서울로 가려고 하는 게 현실이다. 못 가게 해도 (갈 환자는) 어떻든 간다. 중요한 것은 가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못 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전달체계가 잘 돼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막을 방법은 없다. 대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면 안 된다. 또 서울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패배의식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세종시 내) 환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충남대병원만 해도 올 사람들은 다 온다.

- 개원가에서는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증환자 싹쓸이를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에 만든 세종의료원 사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의료기관이 없었는데 일년이 지나니 55개가 생기더라. 이후 세종의료원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가정의학과 빼고 다 (충남대병원으로) 돌어왔다. 다만 아직 야간에 운영하는 기관이 없어 응급의학과 의사가 파견 나가 야간당직을 서고 있다.

또 안과의 경우 개원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서 그런지 아직 개원한 곳이 없다. 공무원들은 안질환 많은데 진료 받을 곳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장비를 구입해서 들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개원가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원가와 경쟁할 생각 없다. 우리는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감기환자 등 경증환자가 찾아온다고 다 돌려보낼 수는 없겠지만, 대학병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지역 의료계와 잡음이 나오지 않고 있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는.

윤리적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 권위다. 이런 권위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충남대병원은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약은 물론 의료기기와 관련한 구매 과정도 개선했다. 장비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의학공학실도 강화했다. 수십가지였던 종류를 줄이고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원장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보직자도 그런 사람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윤리적 자신감이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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