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환자단체가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Nexia)’에 대한 보건당국의 효능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10년 넘게 계속돼온 넥시아 효능 논란에 환자들까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4일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관련 환자단체 활동결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2006년 이후 넥시아 효능 논란이 계속됐지만 의료전문가단체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과학·임상적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매년 수만 명의 말기 암환자들이 천금 같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넥시아 개발자인 최원철 전 단국대 특임부총장을 필두로 한 일부 한의계에선 넥시아가 과학적 방법을 통해 효과가 검증됐다며, SCI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에 실린 ‘전이된 신장암 치료를 위한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서의 RVS 추출물: 임상 2례(Rhus verniciflua Stokes extract as a potential option for treatment of metastatic renal cell carcinoma: report of two cases)’라는 논문을 그 예로 들었다. 하지만 환자단체연합은 이 논문이 정식 논문이 아닌 편집장에게 보내는 독자편지 형태로 두 가지 증례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심도 있는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넥시아의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를 필두로 한 의료계에선 넥시아의 암치료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지난 7월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넥시아 효능을 공식적으로 검증하자고 제안했으며,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지난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보건당국의 효과 검증을 촉구했다. 하지만 최원철 전 특임부총장을 비롯한 일부 한의계에선 이러한 넥시아 효능 검증 주장을 한의학에 대한 도전 또는 불신으로 치부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정호 교수는 최원철 전 특임부총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넥시아 효과 논란은 ‘의료계 vs 한의계’ 대결구도에 매몰돼, 정작 논란의 핵심인 암 치료 효과는 뒷전이었다. 정부가 그간 넥시아 효과 검증을 나서지 않은 이유 중엔, 자칫 이익단체 간 다툼에 끼어드는 모양새가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방관 아닌 방관 속에서 지난 10여 년간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자칭 항암제’를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 가며 복용해 왔다.

하지만 이젠 의료계나 한의계에 속하지 않은, 어느 측면에선 넥시아 효과 논란의 당사자라고도 할 수 있는 암 환자들이 포함된 환자단체까지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의사도, 환자도, 심지어 국회에서도 정부의 넥시아의 효과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넥시아 논란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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