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제4의 불 - 융합과 미래

[청년의사 신문 정지훈] 사물인터넷은 임베디드, 모바일, 웹 기술이 모두 융합되어 그 위에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탑재된 개념으로 하드웨어,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 등 과거 완전히 달랐던 산업 영역의 이해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협업 또는 융합을 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제조업을 제품생산과 마케팅, 영업과 판매,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치사슬을 넘어서서 서비스업과의 결합 또는 주변의 연결된 제품군 또는 플랫폼과의 연결성을 중시하는 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만의 힘으로 전체적인 가치창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나 파트너의 힘이 장기적인 성공에 중요하며,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창출된 가치를 획득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한다. 또한 사물인터넷이 메이커 운동과 만나면서 이들의 글로벌 상업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급부상은 향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규모 스타트업들의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과 이들을 지원하는 글로벌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생태계가 협력의 생태계를 이루면서 발전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기회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와 제조를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하는 제품서비스 융합이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제품에 서비스가 융합하거나 서비스와 제품이 연계된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들과 관련한 접근방법을 통칭해서 제품-서비스 시스템(Product Service System, 이하 PSS)이라고 부른다. PSS는 Cees Van Halen 등이 2005년 저술한 책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개념으로 아이폰과 같은 경우에도, 과거 같으면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팔았으면 되었겠지만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 판매 서비스 마켓 및 아이튠즈라는 콘텐츠 마켓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스템을 가치제언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PSS의 모범 케이스로 언급한다. 이를 제품에 서비스를 입힌다는 측면에서 서비스화(Serviciz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가장 전형적인 서비스와 제조를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사물인터넷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네스트(Nest Labs)의 온도조절기가 PSS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스트의 온도조절기와 관련해서 공식적인 실적 발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성공적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2014년 1월 월간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실적이 좋아지면서 월간 수십 만대 정도 판매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249달러의 온도조절기를 다양한 소매유통매장 또는 온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를 했지만, 최근에는 지역기반의 에너지 회사를 통한 B2B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 실제로 에너지를 절약해서 선지급한 기기 값을 보상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지역기반 에너지 회사와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네스트의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면 가장 먼저 주소지 우편번호를 입력하고 해당 지역의 에너지 기업을 찾아서 이들과 협상된 에너지 플랜이 있는지 연결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물론 이런 에너지 플랜과의 연결이 없더라도 네스트 온도조절기를 싸서 스마트 온도조절기로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네스트의 제조-서비스 융합 비즈니스 모델은 네스트가 지역기반 에너지 기업들과 협약을 맺은 북미대륙과 영국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에도 다양한 에너지 기업과의 제휴 소식을 발표하고 있는데, 2014년 2월에는 캐나다의 앨버타(Alberta) 지역의 에너지 기업인 다이렉트 에너지(Direct Energy), 2014년 4월에는 영국의 엔파워(nPower) 등과 협약을 맺는 등 제휴대상을 미국 이외의 나라로 빠르게 확장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의 서비스의 경우에는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조회를 통해 협약 내용을 확인하고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

네스트 이외에도 보안 서비스와의 연결을 꿈꾸는 드롭캠(DropCam), 최근 일본에서 예약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봇인 페퍼(Pepper) 등도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의 연결을 통한 제품서비스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특징인 것들이다.

의료 분야에도 앞으로 이런 경향성은 확대될 것이다. 단순히 제약과 의료기기, 의료서비스로 기계적으로 나누었던 장벽이 무너지면서 훨씬 다양한 융합의 시도들이 사물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다양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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