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호흡기내과, 폐이식 대기환자에 에크모 적용해 효과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에 환자 치료에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 이하 에크모)가 폐이식 대기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흉부외과 백효채·이진구 교수), 호흡기내과 박무석·김송이·송주한 교수팀은 폐 실질이 딱딱하게 경화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인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60대 환자에 폐이식을 시행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찾을 수 없이 발생하며 평균 기대 수명이 2~3년에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질환으로 유일한 완치법은 폐이식이다.

환자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고유량산소요법을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인공호흡기만으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불가능해 기관 삽관 후 인공호흡기치료와 에크모를 함께 사용했다.

이후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에크모로 호흡을 유지하며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에크모 시행 19일째인 지난 8월 16일 뇌사 장기 기증자로부터 양측 폐를 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고 중환자실에 옮겨 치료를 받다가 폐이식 19일만에 퇴원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다른 폐이식 환자보다 월등하게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일 수 있었던 비결로 수술 전 에크모로 호흡을 유지한 것을 꼽았다.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씩 폐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 가운데 자가 호흡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를 활용한 호흡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목에 큰 불편함을 주며, 장기간 유지를 위해서는 진정제를 투여해야 해 환자의 전신근육이 쇠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에크모 치료로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진정제를 중단하면 명료한 의식을 유지하면서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중증 폐이식 대기자에게 ‘awakening ECMO’ 기법을 적용해 진정제 사용 없이 폐이식 수술 전까지 재활운동을 꾸준하게 이행시켜 폐이식 후 이전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에크모를 사용하 환자는 중환자실 입원 기간 동안 물리치료사로부터 상·하지 근력운동, 코어 근육 강화운동, 호흡근 강화운동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을 담당한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는 “awakening ECMO 기법을 적용해 인공호흡기 없이 에크모만 사용했기에 인공호흡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을 줄일 수 있었고, 이식 대기 중이던 환자가 의식이 깬 상태에서 호흡과 근육재활 운동을 병행해 회복성적이 월등한 폐이식을 성공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깊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증증 폐이식 대기 환자에게 에크모를 적용한다면 폐이식 수술 결과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awakening ECMO 기법과 중환자 재활치료 병행에 따른 폐이식 성공은 앞으로 국내 에크모 삽입 치료 기준적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환자 재활에 대한 보험 기준 확대와 적절한 적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폐이식 환자의 에크모 적용 치료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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