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하루 75명으로 묶여 있던 의원급 의료기관 진찰료 차등수가제가 15년 만에 폐지된다.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제도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은 하루 환자 75명까지만 진찰료 100%를 받을 수 있었다. 76명부터 진찰료가 10~50% 삭감된다. 보건복지부는 차등수가제가 의료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유지해 왔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2009년)에서도 차등수가제가 진료의 질을 높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차등수가제 폐지에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개원가도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차등수가제가 폐지됐다기보다 변형된 형태로 적용된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복지부가 의원급 차등수가제 폐지 대안으로 제시한 병원급 의사당 진찰횟수 평가 때문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적정 진료시간을 확보하도록 의사당 진찰횟수를 의료질 지표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의원급에 적용되던 차등수가제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이동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부도 부인하지 않았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짧은 진료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문제라 병원급의 차등수가제 구현이 필요했다”며 “의원급 차등수가제가 일종의 걸림돌이 되더라. 이를 없애고 의사당 진찰횟수를 평가지표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원급보다 대형병원에서 심각한 ‘3분 진료’ 문제를 의사당 진찰횟수 평가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병원급 차등수가제 도입에 필요한 재원은 선택진료 개편에 따른 의료질평가지원금이다.

하지만 몰려오는 환자들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급 차등수가제가 ‘3분 진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 1인당 보는 환자 수가 적정한 수준을 넘지 않아야 더 많은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저수가를 기반으로 한 ‘박리다매’인 의료계 수익 구조는 물론,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등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지 않는 한 효과를 보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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