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세 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특히 투유유 교수의 수상이 화제가 됐다. 중국 국적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했고, 중국 전통의서에서 힌트를 얻어 개똥쑥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탁월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한의계가 보인 반응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수상의 의미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헌법에 중의학을 육성·발전시키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며 “중의사들이 엑스레이, 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해 중의학 과학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노벨상 수상 역시 말라리아 치료에 중의학을 이용한 것이며, 한의학 역시 신종감염병 치료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중국의 노벨상 수상은 중의학 지원에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한의학과학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벨 위원회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곧바로 알 수 있다. 중국계로 보이는 어느 기자가 “중국의 전통의학에 대해 상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는데…”라면서 질문을 시작하자 노벨 위원회는 질문을 끊고 이렇게 답변한다.

“우리가 전통의학에게 상을 준 게 아니라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It’s very important that we are not giving a prize to the traditional medicine.) 전통의학에서 영감을 얻은 의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약을 개발하여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상을 주는 것이다.”

한의협 측이 이 영상을 못 보았을 수는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투유유 교수의 업적은 전통의학 분야에서 이뤄진 것이라 볼 수가 없다. 아이디어를 전통의학에서 얻기는 했으나, 신약 개발까지의 모든 과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과학적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통의학의 위상이나 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의계에서는 이번 수상을 ‘한방의 쾌거’라며 기뻐할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그런 업적을 내지 못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조 단위의 천문학적 예산을 한의학 육성에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가 전무한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과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더 지원해 달라’는 말을 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막대한 지원으로 얻어낸 성과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밝혀야 한다.

정부도 대오 각성해야 한다. 우리가 아직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오랜 기간 꾸준히 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없기 때문이다. 천연물신약 개발이니 한의학의 육성이니 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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