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 협의체는 내과 분야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병원의 채용을 진행 중이다. 협의체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등이 참여해 이 시범사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협의체는 충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내과 호스피탈리트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서울대병원에서는 외과 호스파틸리스트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시범사업의 출발은 좋아 보인다. 지난달 19일까지 진행된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에서 시범사업 기관인 충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모두 모집정원을 채웠다. 충북대병원은 4명 모집에 4명, 분당서울대병원은 5명 모집에 5명이 지원했고 서울아산병원은 3명 모집에 5명이 지원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들 병원에서 일하게 될 호스피탈리스트는 사실상 야간당직의와 다르지 않았던 기존 호스피탈리스트와는 다른 형태로 근무하게 된다. 주간 근무를 위주로 하되 야간 당직 근무가 추가되는 형태(충북대병원)이거나,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일 하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주간에만 근무하는 형태(서울아산병원), 아니면 야간 근무를 1주일 간 하더라도 2주의 오프가 보장되는 식(분당서울대병원)이다. 이는 기존의 무늬만 호스피탈리스트 채용공고를 냈다가 지원자를 구하지 못했던 병원과 학회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4인 이상이 근무하도록 해 양질의 근무 환경과 충분한 오프를 보장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 협의체 주도로 진행된다. 호스피탈리스트 인건비를 병원에서 책임지는 것이다. 협의체는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고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지원요청 전에 먼저 그 효과를 보여주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근거를 중심으로 제도화를 건의하겠다는 점에서 협의체의 이번 시범사업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시범사업 후에도 제도화가 어려울 경우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논의는 난관에 빠질 수 있다. 민간주도형 정책 제안, 취지는 좋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지원책은 없는지 고민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임을 복지부는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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