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전공의협, 임금체계 개편 놓고 갈등…전공의협, 강행시 법적 소송도 불사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세브란스병원이 전공의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전공의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규칙에 따라 올해부터 인턴을 비롯한 전공의 1·2년차까지 근로기준법에 준해 당직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병원 측이 임금체계 개편을 단행하자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변경을 의미하므로 전공의(근로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하고,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예상될 경우 전공의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통상임금에 당직수당(당직 횟수별로 차등 지급)을 합쳐 급여를 지급해 왔는데, 지난 1일부터 통상임금을 줄이고 당직수당을 시급(약 6,500원)으로 계산해 적용키로 결정한 것.


이에 전공의들은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한 전공의는 “근로계약을 바꾸려면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병원이 이런 절차 없이) 무조건 임금체계를 바꾸려고 한다”며 “병원이 두 차례 설명회를 열어 참석했으나 결국은 통상임금을 축소하고 당직비로 채우겠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당직수당을 시급 6,500원으로 계산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그 정도면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못한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노동이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병원이 최대 수련시간 88시간에 맞추려다보니 그 이상 근무를 하더라도 적게 청구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점진적으로 변해가야 하는 부분인데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거짓 당직표가 생겨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 사이에선 당직수당을 시급으로 계산해 지급하게 될 경우 과별 임금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당직을 많이 서는 내과나 외과 등의 과에 비해 당직이 거의 없는 방사선종양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의 경우 기존에 받던 급여와 임금체계 개편 후 연봉 차이가 무려 300만원 이상 나게 된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전공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전공의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시급 및 기본급이 대폭 삭감되는 것은 전공의 노동가치의 평가절하를 의미한다”며 “개편된 임금체계는 전공의 시급을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으로 무리하게 축소했고 본봉도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시급 인상을 통한 본봉의 정상화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당직 일수를 월 13일로 제한한 것은 현실적인 근무시간이 반영되지 않은 부당한 임금체계"라며 "더욱이 병원은 암병원 설립, 외래 및 입원환자 증가로 인해 업무량이 과도하게 증가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원은 충분하게 보충하지 않은 채 부담을 전공의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직시간을 제한해서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직 시간을 제한하기 이전에 진정한 수련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임금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해 재고하고,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전공의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를 통한 새로운 개편안을 만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병원 측이 예고한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할 경우 치과병원 전공의들과 연대는 물론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의료원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어 이야기 할 게 없다. 조만간 병원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어 논의한 다음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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