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의 지구생각

[청년의사 신문 이명근]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중에서 적도 바로 밑의 나라가 탄자니아이다. 우리에게는 조용필의 노래로 알려진 킬리만자로가 위치하고 있고, 동물의 왕국으로 유명한 세렝케티 초원이 있는 곳, 또 유럽 신혼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 중의 하나인 잔지바르 섬이 있는 큰 대륙의 나라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10배가 넘는 큰 땅에 인구는 우리와 비슷한 4,800만명 정도이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우리에게 유명한 마사이 족을 포함한 50여개의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후 초대 대통령이던 니에레레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종족간에, 또 종교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없는 가난하지만 평화적인 나라이다.

의과대학은 수도인 다르살람에 무힘빌리 대학이 있고 지방에 소규모의 의대 4개가 있다. 현재 전국의 의사수가 5,000명이 안되어 의사 1인당 인구수가 한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 무힘빌리의대 역시 역사는 오래 되었으나 대학 부속병원 없이 국립의료원이나 몇 개의 병원을 이용해 훈련이나 수련을 해왔는데, 작년부터 한국 정부의 EDCF 지원 자금으로 6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을 건축하고 있다.

아프리카 기준으로 보면 최고의 시설과 탄자니아 최초의 MRI 등 최첨단 장비로 일 년 뒤인 2016년 여름에 개원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 병원 개원 준비와 현지 의료인력 훈련 등의 사업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지원하에 연세대가 맡고 있다.

이 사업 책임자로서 일년에 4~5 차례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현지를 방문하고 있다. 건축이나 장비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병원에서 일할 의사나 간호사들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일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이 대학병원이 신설 병원이라 현재 의과대학의 병원 운영을 해 본 사람도 거의 없고, 임상경험을 해 본 사람이 극소수이며, 전문 임상간호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아직 병원건물이 공사 중이라 건물이 완공되면 직원을 뽑아주겠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훈련시켜야 될 대상이 없는 현실을 보게 된다.

기본적으로 국가 전체의 의사나 간호사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만약 국립의료원의 의사나 간호사를 스카우트 해 온다면, 이 대학병원의 운영은 되겠지만 국립의료원의 운영이 마비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소수인원을 차출하는 식으로 인력 조달을 해야 하는데, 그래가지고 탄자니아 최고의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병원은 시설이나 장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의료인력이 더 중요함을 이들에게 알려주기도 쉽지 않다.

그동안 이 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생활을 하다가 더 나은 근무조건을 가진 이웃한 케냐나 남아프리카 공화국등지로 가버린 의료진이 많다. 즉, 두뇌 유출(brain drainage)이 심한 나라인데, 그나마 지난 몇 년간 연세의료원에서 KOFIH의 이종욱 연수 사업의 일환으로 1년간 연수한 탄자니아 의사와 간호사 25명 정도가 이곳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받은 도움을 이제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에 전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최근 이종욱 연수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장단기 의료인 연수 사업으로 인해 많은 개발도상국 의료인들이 한국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귀국한 뒤 개인의 이익 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선한의료인이 된다면 우리도 더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달 한국에 초청되어 왔던 탄자니아 무힘빌리 병원 관계자들이 세브란스병원과 명지병원, 국립의료원 등을 돌아보고 간 뒤에 한국이 동양의 작은 나라로서 핸드폰과 자동차 등으로 돈은 많이 번 나라라고 하는 그 동안의 약간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병원이나 의료체계가 거의 천국 수준이라는 놀라움과 함께, 특히 ‘이번 새 병원이 개원 되면 한국에서 30~40명의 전문가가 와서 몇 년간 운영해 달라’며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40~50년간 한국의 경제 발전과 함께 의료분야의 놀라운 발전에 기여했던 선배 의료인과 동료들에게 대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탄자니아 외에도 모잠비크나 우즈벡 등에도 이와 비슷한 EDCF 사업으로 큰 병원 설립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지원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한국의 모습을 국제 사회에서 보는 것은 국제 보건 하는 사람의 즐거움이고 특권일 것 같다. 혹시 내년에 무힘빌리 대학병원 개원 후에 ‘킬리만자로 산과 세렝게티의 동물들, 잔지바르 해변,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다운 나라인 탄자니아’ 현지에 가서 몇 달 또는 몇 년간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어 주실 선배, 동료 의료인들 안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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